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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하자, 의료영리화 논란

기사승인 2016.12.01  15: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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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여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닥터스>에선 눈에 띄는 장면이 등장한다. 병원 이사장과 원장이 특정 대기업 회장과 담소를 나누며 ‘의료영리화‘ 추진에 힘을 써달라고 청탁한다. 이에 대기업 회장은 국회의원들을 포섭하고 있으니 일이 잘 진행될 거라며, 문제는 국민여론이라고 언급한다. 있음직한 일이라 생각은 들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1980년대에나 벌어질 만한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예상은 아주 보기 좋게 빗나갔다. 드라마 속의 등장인물 중 병원 이사장과 원장을 차병원 그룹 경영진으로, 대기업 회장을 ‘최순실’로, 포섭대상을 국회의원이 아닌 ‘박근혜대통령’으로 바꾸면 드라마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이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로 추론 가능하며, 합리적 의심이라 여겨질 만큼 개연성이 농후하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12월 ‘보건의료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의료영리화 정책을 발표했다. 영리부대사업, 의료법인간 인수합병 등의 의료영리화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정책들을 추진했다. 또한 2016년 5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비동결난자의 연구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정책 추진 과정에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의 입김이 전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 ‘차움의원’에서 여러 차례 진료를 받았고, 취임 후에도 최씨를 통해 주사제를 대리처방 받는 등 그 인연을 지속해왔다. 최씨는 ‘차움의원’에 1억 5천만원 상당의 회원권, 연 450만원 상당의 연회비를 내고 VIP 혜택을 받아왔다.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박근혜대통령-최순실-차움의원’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의 존재를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움의원’은 도대체 어떤 의료기관이기에 최씨와 박대통령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일까. 여러 언론에 알려진 대로 노화방지 전문병원이며 줄기세포 치료에 특화된 병원이다. 그런데 여기서 줄기세포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황우석 박사이다. 우리는 그간 황박사의 가짜 연구 논란 이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줄기세포 연구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차 바이오 연구소는 박근혜 정부에서 체세포 연구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는 박대통령(혹은 최순실)과 차움의원 간의 관계로 봤을 때 특혜 논란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 또한 이 의료기관은 검진 프로그램이 특별하다고 한다. 일반 서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고가의 검진료, 검진 침실에 누워있으면 고객이 검진실을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검진기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시스템, 다른 고객들과 마주치지 않는 동선, 이런 편리성 때문에 돈 많은 부호들이 줄을 서서 찾아온다고 한다.

 차병원 그룹과 같은 막강한 자본을 앞세운 의료기관들은 의료영리화를 바라고 있다. 뛰어난 의료기술을 자랑하지만 ‘건강보험당연지정제‘ 때문에 돈벌이를 못하고 있다며 규제완화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재벌들도 마찬가지다. 개, 돼지로 일컬어지는 일반 국민들과는 차별화된 선진적인 의료시술을 받고 싶어 한다. VIP 병실을 선호하고, VIP 혜택을 좋아한다. 때문에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의료영리화 도입에 찬성한다.

 우리나라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요인은 흔히 다음과 같다고 알려져 있다. 돈이 많거나, 관료로 종사하는 등 권력이 있거나, 돈과 권력은 없지만 다수로서 힘을 발휘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비율이 10% 안팎이라고 본다면, 이들의 입김에 의해 정책결정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나머지 90%의 국민들은 다수로서 힘을 발휘하지 않는 한, 박근혜-최순실을 비롯한 그들의 부역자들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의료영리화 논란도 마찬가지다. 세계가 인정하는 국민건강보험을 잘 만들어놓고, 왜 그 틈을 헤집어 제도를 파괴하려하는가. 이번 국정농단 사건에 여러 분야가 언급되고 있지만, 국민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보건복지 만큼은 예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금까지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의료영리화 관련 정책들이 이번 국정농단과 연관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번 차병원 그룹과 박근혜-최순실 관련 의혹을 계기로 이와 비롯한 의료영리화 움직임이 있다면 정병(정치와 병원)유착이 존재하는지 명명백백히 밝혀 90%에 속해있는 서민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지 않도록 항상 감시해야하겠다.

의료영리화 논란, 이제 끝내자. 

 

 

이준수 기자 loverjunsu@gmail.com

<저작권자 ©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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