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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재활병원을 건립하라

기사승인 2017.02.01  19: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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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재활환자에게도 재활받을 권리를!

우리나라는 1977년 조합의료보험이 탄생한 이래로 질적 양적으로 의료 분야가 거듭 발전했다. 가장 최근에는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등의 일부 비급여 항목이 급여로 전환되어 환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또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격차가 줄어드는 등 환자들의 정보 접근이 훨씬 더 용이해졌다. 


하지만 이런 발전에도 여전히 의료접근이 쉽지 않은 환자들이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그들을 지칭하는 신조어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바로 '재활난민'이다. 중추신경계 손상으로 인해 영구적 장애를 입은 재활 환자들이 한 병원에서 오랫동안 치료받지 못하고 난민처럼 떠돌아다니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성인 재활 환자보다, 어린이 재활 환자들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어린이만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어린이전문재활병원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어린이 재활병원, 개원은 했으나

▲ 2016년 4월 개원한 푸르메재활병원. 푸르메재활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2016년 4월 민간 의료기관인 '푸르메 어린이 재활병원'이 개원하였다. 공공의료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2항에 따라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으로 지정되어 서울시에서 일정 부분의 재정을 지원받고 있으며 그 외 자체 의료 진료비, 그리고 기부금을 받아 운영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래도 연간 32억 3772만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지방 어린이 재활병원 토론회, 2016). 그간 민간 어린이재활치료 영역이 일반 병, 의원에서 폐지되었던 것도 수익상의 문제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현상은 민간의료기관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 상황이다. 

현재 개설된 의료기관 현황을 살펴보면 민간의료기관의 숫자가 공공의료기관의 숫자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보건복지부 2013년 자료에 따르면 공공의료기관은 정신병원, 특수병원, 노인병원, 일반 급성기 병원을 포함해 총 200개소로 2008년 기준 169개에 비해 31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병상 규모를 보아도 민간 부문의 병상 수가 1980년 2만1726개에서 2008년 22만6262개로 10배 이상 늘어난 데 비해, 공공부문은 1980년 1만224병상에서 2008년 2만8535 병상으로 겨우 두 배 늘어났다.

공공의료체계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공보건의료의 특수성을 갖는 '어린이'와 '재활'이 합쳐진 '어린이 재활'은 그만큼 취약할 수밖에 없다.   

어린이 재활병원, 이래서 필요하다 

우리나라 어린이 재활의 역사는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 국립재활원과 세브란스 병원 등은 소아재활원을 설립해 장애 어린이의 정신적 육체적 장애를 치료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후 국립재활원과 세브란스 소아재활원은 각각 재활병원 내의 소아재활 파트로 남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2014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숫자는 264만6064명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18세 미만의 소아청소년 장애인 숫자는 전체 장애인의 2.6%로 약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주요 장애 진단을 살펴보면 뇌성마비, 자폐성 장애, 지적 장애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질환들은 완치가 불가능한 영구적 장애로써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장애 어린이 치료는 성장발달의 특성상 성인과 달리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어린이재활은 앞서 언급한 국립재활원과 세브란스 재활병원을 비롯한 재활의학과가 개설된 대학병원, 종합병원, 병의원 중 극히 일부분에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이 아니라 하더라도 장애인 복지관 및 사설 발달센터에서 '발달 재활 서비스 바우처'의 형태로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외 제도권 밖에서 개인 비용을 지불하면서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린이 재활은 치료적 특성상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과 다전문적인 서비스 접근이 요구되며, 그중 의료재활서비스는 장애 어린이의 신체기능 향상과 사회 적응력 강화로 사회 통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과정이다. 환자 및 보호자 입장에서 통합된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소아 낮 병동 이용실태와 만족도 요인에 관한 연구, 여복기, 2014).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어린이 재활에 있어 어린이만을 전문으로 진료할 수 있는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재활의학과 의사, 정형외과 의사, 언어치료사, 음악치료사, 미술치료사, 의지보조기 기사 등 다학제적 전문가들이 함께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 개설이 필요하다. 

2015년 12월 7일 JTBC 뉴스에 '전국 떠도는 '재활난민…두 번 우는 중증장애 아이들'이란 내용이 방송을 탔다. 언론 보도 내용에 따르면 중증 장애 1, 2급 어린이들은 4만 7천여 명에 달하지만 재활치료 병상은 4백여 개에 불과하다. 입원하려면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하고 입원하고 3개월이 지나면 쫓겨나기 일쑤라는 설명이다. 3개월 이상 입원하면 과잉진료로 분류돼 치료비가 삭감될 수 있다는 이유다.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한 데다 치료받을 수 있는 기간까지 정해져 있어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장애 아동이 불평등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법 제 9조 1항에 의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 발생을 예방하고, 장애의 조기 발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인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장애 아동 중 약 97.5%가 조기 중재, 즉 적절한 개입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상태에 있다. 따라서 조기 개입 및 조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어린이만의 종합적 의료기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외국사례는 어떤가?

 

▲ 독일 호크리트 어린이재활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독일에는 어린이재활병원이 140개나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선진국에선 이미 어린이 재활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각 나라별로 각기 다른 의료시스템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의료취약성을 갖고 있는 '어린이 재활'만큼은 필수적으로 장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2016년 지방어린이 재활병원 토론회에서 미국은 40개, 일본 180개, 독일 140개의 어린이 재활병원이 운영된다고 보고되었으며, 이들 병원들은 심혈을 기울여 장애아동의 증상과 특성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준수 기자 loverjuns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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