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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보수의 자녀양육론 비판

기사승인 2017.10.07  20: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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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꼴보수의 자녀 양육론 비판
   

 인권의학연구소 소장 손 창 호 

 친구가 책 한 권을 읽어 보라고 주었습니다. <내 아들을 남자로 키우는 법>이란 제목으로 제임스 답슨이 쓴 것입니다. 책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제임스 답슨은 심리학자이며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상담사로 병원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사람입니다. 1977년에 포커스 온 더 패밀리(Focus on the Family) 를 창설하여 위기에 처한 가정을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 세우는 사역을 펼쳐왔다고 합니다. 미국의 가정 문제에 대해 정부에 조언자 역할을 하였으며 레이건 대통령 시절 자문 위원도 했다고 합니다. 
 
  먼저 책의 저자 경력을 보아도 그렇지만 이 책은 강한 종교적 색채를 가지고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사실 비평을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먼저 하였습니다. 알다시피 종교란 비평의 대상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신앙 자체에 대해서 평을 하는 것 처럼 쓸데없는 짓은 없을 것 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단순히 특정 종교의 생각이라고 하기에는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들이 존재하였습니다. 기독교적 가치관에 기초한 자녀 양육 방법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저자의 편견과 아집을 기독교적이라고 선언하고 그 기초에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자신의 주장에 맞게 교묘하게 편집한 책자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한 번 살펴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아들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이런 류의 책들은 패턴이 대부분 일정합니다. 먼저 저자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얘기합니다. 두 번째는 그 문제의 원인을 얘기합니다. 세 번째는 그 문제의 해결책입니다. 이 책의 경우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문제: 지금 남자 아이들 특히 미국의 남자 아이들은 위기에 빠져있다. 가장 극명한 증거는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남학생들에 의한 총기 난사 사건이다. 남자 아이들이 자기 정체성을 잃고 혼돈을 겪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2) 문제의 원인: 현재 양육 방법이 잘못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남녀의 차이를 무시한 양육 방법이다. 남자는 여자와 날 때부터 다르다. 성장 과정에서 특히 사춘기 때 테스토스테론 이란 남성 호르몬의 작용으로 인해 남녀간의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이것은 교육이나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남자는 남자답게 키워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방해하는 것은 가정의 붕괴, 아버지의 부재나 무관심, 그로 인한 심령의 상처, 남성성에 대한 페미니즘의 공략, 너무도 많은 아이들을 비뚤어지게 하는 포스트모던 문화이다.

(3) 해결 방안: 아버지가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아이 양육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을 해야만 한다. 아이의 자발성에 맡기지 않고 권위를 가진 아버지가 직접 지시하고 지도해야 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그리스도의 은혜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먼저 이 책에서 현재 남자 아이들의 양육이 잘못된 것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 아버지의 부재에 대해서 봅시다. 저자는 아버지가 아이 양육에서 필요한 주요 근거의 하나로 편모 슬하의 아이들이 잘못 될 확률이 훨씬 크다는 점을 얘기합니다. 이것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로 꼽는 것이 편모 슬하에서 자란 남아가 이후 범죄와 연루되어 구속되는 비율에 대한 연구 결과입니다. 이 연구는 미국에서 1979년부터 1992년까지 14세에서 22세 사이의 남자 6403명을 매년 관찰하여서 결과를 낸 것 입니다. 

이 연구의 결과로 책에 인용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편모 슬하의 아들들은 폭력을 행사할 위험이 높다. 아버지와 보낸 시간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생아는 감옥에 갈 확률이 2.5배로 높다.

(2) 경제적 지원은 남자 아이가 자라나 범죄인이 될 확률에 어느 쪽으로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편모의 경제적 상태는 핵심 요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주원인은 아버지의 부재다.

(3) 세번째 결론은 더 충격적이다. 연구에 참여한 십대 소년들 중에는 편부와 살고 있는 아이들이 소수 있었는 데, 그들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정상 가정의 남자 아이들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유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자녀를 키우는 남자들은 대개 헌신적인 아버지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본문 p 184)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 기사로 실리면서 미국에서 제법 관심을 모은 연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 결과는 자녀 양육에서 아버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미국내 여러 시민 단체의 주요 이론적 근거로 작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저자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어머니 혼자서 남성을 양육하는 것은 어렵다고 단정짓습니다. 그리고 대안으로 내 세운 것이 편모들은 할아버지에게 아이의 양육을 도와달라고 하던지 아니면 교회에 가서 하나님 아버지에게 의지하라고 조언을 합니다. 

이제 이 책의 주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이 책에 실린 것은 본래의 논문이 아니라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자가 논문의 내용을 요약한 것 입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도 신문 기자들은 믿어선 안됩니다. 이 기사를 실은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서 발행부수 1-2 위를 다투는 대형 언론사입니다. 또한 창간 이래로 한 번도 변절하지 않고 미국 공화당을 지지한 신문입니다. 현재는 언론 재벌 “머독”의 소유입니다. 대형 언론사로 이 신문보다 더 우측에 있는 신문은 통일교가 소유한 워싱턴타임즈 정도가 될 것입니다. 당연히 위싱턴타임즈는 극우 신문으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일단은 신문 기자의 창의력이 어느 정도 가미가 된 것 인지를 밝히기 위해선 원래의 논문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논문에서는 아버지의 부재가 자녀 양육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아예 처음부터 아버지가 없었던 미혼모의 자녀가 가장 좋지 않을 것이며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자녀가 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상실하였을수록 자녀가 악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가정하였습니다. 실제 연구 결과에서는 미혼모의 자녀가 구속된 비율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놓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편모 가정의 경우 양친이 있는 가정에 비해 구속비율은 높았지만 아버지와 더 어린 시절에 헤어진 남아들에서 늦게 헤어진 남아들에 비해 더 많은 구속 비율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남아가 성장할 때 아버지가 얼마나 오랜 기간 같이 있었냐는 별로 영향을 안 미쳤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연구에서도 미혼모가 가지는 어려운 여건(경제적 어려움, 저학력 등)은 통계적으로 보정을 한 이후에도 여전히 미혼모의 자녀가 구속이 될 위험성은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가지고 과연 아버지가 없으면 남자 자녀가 커서 범죄를 일으키고 감옥에 갈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예전에 우리나라의 모대학 병원에서 금연을 1년간 한 사람들과 현재 흡연을 계속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건강 검진을 하고 그 결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금연을 1년간 한 사람들의 건강 상태가 현재 흡연을 계속하는 사람에 비해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결국 1년간 금연을 하면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에 비해 건강이 악화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충격적인 결과일까요? 모든 연구는 사전에 치밀한 설계를 하여서 연구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원인들에 대한 사전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 "통제" 라고 합니다. 원래 이 연구는 금연이 건강 개선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서 실시된 것입니다. 하지만 통제되지 못한 주요한 요인이 있는 데 이것은 바로 금연을 1년간 한 사람들의 1년전 건강 상태를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왜 그 사람들은 금연을 하였을 까요? 아마 이유가 있어서 금연을 하였을 것이며 상식선에서 금연을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라면 건강상의 이상 일 것 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도 금연을 하지 않고 흡연을 계속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건강상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결국  이 연구 결과는 논문화 되지 못하고 폐기되고 맙니다.

 그럼 다시 미혼모의 남자 아이들이 양부모가 있는 자녀들에 비해 범죄를 저지르고 구속이 되는 비율이 높은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당장은 아빠가 없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로 항상 생각해야 할 것은 미혼모의 아이들은 자랄때 아빠도 없지만 동시에 없는 것이 바로 엄마라는 사실입니다. 이 논문의 결과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미혼모들은 교육 수준이 낮고, 경제적으로 어려우며, 열악한 가정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훨씬 어린 나이에 자녀를 출산하였습니다. 즉 미혼모들은 엄마로서 아이를 적절하게 양육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배운 것도 적으며 주위의 도움도 열악한 사람들입니다. 즉 미혼모의 아기들은 적절한 엄마의 보살핌을 갓난 아기일 때 받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미혼모의 경우 어린 아기를 두고 일을 해야 될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아기는 대부분의 시간을 아빠도 없지만 엄마도 없이 보내게 됩니다. 따라서 미혼모의 아기들이 성장하여서 범죄에 연관이 더 많이 되는 것은 아빠의 부재라기 보다는 엄마의 보살핌의 부재라고 보는 것이 보다 더 합당한 해석이 될 것 입니다.  만일 미혼모의 남자 자녀가 구속이 많이 되는 이유가 아빠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입증할려면 미혼모의 자녀와 미혼부의 자녀간의 구속 비율을 비교해야 할 것 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미혼부는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이 논문에서 남아에서 아빠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홀어머니에 비해 홀아버지에 의해 양육될 경우에는 양친이 다 있는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과 성인시기 구속자 비율에서 차이를 안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혼자 힘으로 자녀를 키우는 남자들이 헌신적인 아버지 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먼저 봐야 할 것은 홀어머니가 남아를 키우는 것과 홀아버지가 남아를 키우는 경우의 수를 비교해봐야 합니다. 이 논문의 경우 그 비는 약 8:1 입니다. 즉 엄마 혼자 자식을 키우는 경우가 아빠 혼자 자식을 키우는 경우의 8배입니다. 즉 대부분의 경우 엄마가 자식을 키운다는 얘기입니다. 이 점만 보아도 최소한 자식에 대한 애착은 일반적으로 엄마가 아빠보다 더 크다고 봐야 할 것 입니다.

 둘째는 이 소수의 홀아버지는 왜 홀아버지가 되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이 연구에서 그 원인을 밝혀 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식을 키우는 홀아버지는 이혼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사별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면 홀아버지 슬하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이 문제를 덜 일으키는 것은 그래도 어린 시절 엄마의 사랑을 받았던 탓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실제 논문에서 편모 슬하의 남자 자녀의 경우 아버지와 몇 살때 헤어졌느냐가 별로 영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것이 그 없어진 아버지가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점입니다. 헤어진 아버지가 술주정꾼이거나 폭력적인 사람이거나 가족을 등쳐먹는 사람은 아닌 가 하는 점 말입니다. 즉 없느니만 못한 아버지인지 아닌지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만 할 것 입니다. 결국 그냥 아버지와 헤어진 나이를 분석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논문에서 분명히 나타난 사실은 편모 슬하의 자녀들에 비해 재혼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더 문제가 많았다는 것 입니다. 즉 계부나 계모와 같이 살았던 남자 아이들이 커서 범죄를 더 일으킨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특히 더 큰 어려움은 겪는 아이들은 계부와 성장한 아이들보다 계모 슬하에 큰 아이들이 더 구속이 많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즉 엄마가 친어머니인것이 그나마 낫다는 점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라는 보수적인 성향의 신문은 논문에서 자신의 구미에 맞는 결과만을 선택하여 요약을 하였고 이것을 역시 보수적인 단체나 저자들이 재인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남자 아이를 키우는 데 아버지는 필요합니다. 남자 아이를 키우는 데 강아지가 있으면 좋다고 하는 연구도 있는 판 인데 남자 아이에게 아버지가 필요하지 않을리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지나치게 아버지의 부재가 미치는 영향을 과장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먼저 미혼모를 포함한 편모들의 자녀 양육의 어려움이 아버지의 부재라는 가족내 문제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짓게 됩니다. 이렇게 가족내 문제로 볼 경우 그 해결책도 가족내에서 찾아야 합니다. 이 책에서 권하는 대로 아쉬운 대로 할아버지 라는 대체물을 찾거나 아니면 하나님 아버지라도 찾아가야 할 것 입니다. 이것은 국가나 사회가 안전망을 구축하여서 취약한 사회구성원을 지원하여야 할 사안을 개인적 문제로 치환시킬 우려를 낳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아들을 혼자 키우는 엄마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얘기가 된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별로 과학적이지도 않은 결과를 가지고 말입니다. 생명체가 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사랑과 보살핌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부모, 친척 그리고 사회 공동체 모두에 의해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별의 차이가 우선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 가지 더 첨부하자면 하나님은 남성이 아닙니다. 

건강미디어 mediahealth20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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