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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자유가 치료입니다

기사승인 2018.07.21  20: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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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자유가 치료입니다
                               이영문(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

1960년대 초반 이탈리아 고리찌아 지역의 국립병원장으로 부임한 바살리아는 ‘자유가 치료다’라는 명제를 남겼습니다. 자유와 치료는 절대 병행시키기 어려운 화두이기에 오늘도 많은 정신보건 전문가들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신 질환이 심각한 상태에서는 일시적이지만 이성의 마비가 일어나기도 하고, 타인의 자유를 명백하게 침해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살리아의 말은 절대 명제로 저에게 남아 있습니다. 이번 책의 제목이 우리에게 전하는 교훈은 백재중 선생님의 꼼꼼한 기획을 통해 책 속에 잘 드러납니다. 연대하는 상황들 속에서 1960~80년대에 전개된 바살리아의 개혁 정신이 이 책으로 적절하게 전달됩니다.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다시 정신보건 개혁에 대한 담론을 열어가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모든 나라의 정신보건 개혁은 어렵습니다. 현장에서는 치료와 인권의 모순이 드러나게 되고, 이것이 늘 문제입니다. 그런데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 편견을 정치적으로 부수고 새롭게 해석한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입니다. 프랑코 바살리아 법으로 불리는 180호Law 180가 바로 개혁의 시작이었습니다. 이 법에 따라 1980년 1월 1일부터 국립정신병원들의 모든 입원실이 문을 닫았습니다. 모든 환자들은 지역사회로 이동해야 하고 정신보건 센터, 사회 복귀 시설들에 다니게 됩니다. 의사들은 모두 가운을 벗고 거리로 나갔습니다. 외래에서 환자들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가정방문을 통해 그들을 현장에서 바로 치료했지요.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고, 아니 최대한 입원을 억제하고 지역사회에서 그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신과 입원 치료로 인한 인권 억압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 편견은 자유를 억압하고 정신요양원Asylum이나 정신병원에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것을 처음부터 주장하면서 정신보건 개혁을 앞장서 개척한 신비로운 인물이 바로 이탈리아의 프랑코 바살리아입니다.

이제 40년이 지난 이탈리아 정신보건 체계는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과 같이 공공기관의 정신과 입원은 사라졌고, 인구 5만 명당 한 개 정도의 지역사회 정신보건 센터와 수많은 정신 재활 시설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정신병원들은 이제 박물관, 미술관, 카페, 호텔, 쉼터 등의 다른 기능으로 바뀌었습니다. 정신건강 서비스는 크게 치료, 재활, 회복, 그리고 인권 개념으로 구분해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치료는 증상의 최소화를 의미하고, 재활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능력의 결함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또한 회복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 결함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권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사회로부터 배제되지 않는다는 사회 통합Social Integration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정신건강 서비스의 특성은 신체장애와 달리 치료 개념이 회복까지 확장되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동시에 장애의 관점에서는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중성을 지닙니다. 달리 말해 치료, 재활의 개념이 인권과 대치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하는데, 인권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가장 궁극적인 방향은 인권이 보장된 상태에서 행해지는 전인적 치료 혹은 입원과 지역사회 삶이 모두 만족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신질환의 속성은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편견과 사실에 매번 부딪힙니다. 또한 치료의 특성상 서비스 제공자들의 주관성이 크게 개입되므로 치료를 일반화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 다다릅니다. 특히 인신 구속이 전제되는 비자의 입원의 경우는 치료와 인권의 가치들이 상반된 상황에 놓이게 됨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 정신보건 서비스는 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로 이동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1995년 이후 미흡하지만 꾸준하게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역 서비스 모형은 치료 공동체의 철학이 담긴 것이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신질환의 치료와 재활과 인권은 함께 가는 것이고, 복지는 이러한 시스템이 작동하는 매트릭스가 되어야 합니다. 이전에도 몇 차례 추천사를 써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송구한 마음이 드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른바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응당히 해야 할 일인데 내과 의사인 백재중 선생님이 오히려 먼저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이탈리아 정신보건 개혁에 대한 매우 구체적이고 역사성이 농후한 글을 쓰셨음에 감사드립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도 정리하기 어려운 이탈리아 정신보건 개혁 과정을 방대한 자료를 인용해 체계적으로 기술하셨습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지속적이고 올바른 치료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성장함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시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정신건강 분야의 한 전문가로서 이번 책 발간을 매우 의미 깊게 받아들입니다.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장애인 치료와 편견을 없애 나가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정신보건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여러분 모두 정신보건 개혁의 참된 뜻을 마음에 담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건강미디어 mediahealth2015@gmail.com

<저작권자 ©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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