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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당뇨가 왔다간 건 아니잖아요"

기사승인 2018.10.04  17: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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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의련 서울지역 2차 모임...건강혁신살림의원 '주치의제' 발표

 

#사례 1. 조합원 말썽꾼이 내원했다. 오늘도 호르몬주사를 맞으러 왔을 것이다. 그는 트랜스젠더다. 다른 조합원들은 그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한다.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가족, 특히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는 더 깊게 그를 아프게 했다. 가족들에게 자기 대신 나(주치의)에게 커밍아웃을 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대략난감이다. 

#사례 2. 병원 근처 사회적기업에 다니는 아가씨가 내원했다. '일은 다방면으로 많고 사람은 적은' 사회적기업의 근무여건상 그녀는 10시 퇴근이 일상화됐다. 집에 돌아가면 꼭 무엇이라도 먹어야 잠을 이룰 수 있다. 그러던 중 희한한 일도 일어났다. 먹은 기억은 없는데 아침에 일어나 주위를 보면 수북이 쌓여 있는 음식물의 흔적. 여러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이 청년을 이토록 잠 못 들게 할까.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야심차게 시작한 '등록주치의제'가 100일 맞았다.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사의련)는 9월 29일 오후 4시 서울지역 2차 모임을 통해 건강혁신살림의원의 주치의제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7월 초 개원한 건강혁신살림의원은 제대로 된 주치의제를 만들고자 시범사업을 벌이는 곳이다. 초진 30분, 재진 15분처럼 충분한 시간을 갖고 환자(이용자)와 소통하며 '건강의 주체가 병원과 의사가 아닌 바로 나 자신'임을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의원에 주치의 등록을 하려면, 먼저 살림의료사협 조합원이 돼야 한다. 조합원은 최소 출자금 5만 원을 납부하고, 여기에 주치의 등록을 하려면 추가로 1만 원을 내야 한다.     

개원 100일, 600여 명을 진료했고 그중 150명이 주치의에 등록했다. 내원한 환자수로는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매출은 어떨까. 월 매출은 비급여를 포함해 600~700만 원. 건강혁신살림의원에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3명이 근무하고 있다. 월 2천만 원은 돼야 굴러가는 구조라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진료를 받을 때마다 진료비를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제'에서 상담과 예방에 방점을 두는 주치의제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신적, 영양적, 예방적 진료에는 의료보험수가가 없기 때문이다. 

건강혁신살림의원의 김신애 원장은 "문제를 발견하기 위한 의료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없기 때문에 일반 개원의가 주치의제를 시도하기엔 무리가 있다. 주치의 프로그램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왕진부터 상담, 예방활동에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고 말한다.

▲ 9월 29일 사의련 서울지역 2차 모임이 열렸다. 건강혁신살림의원 김신애 원장이 '등록주치의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살림의원은 1년 정도 주치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여러 자료들을 모을 계획이다. 주치의 이전과 이후, 환자의 달라진 상태가 주된 내용이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서울시 등과 정책을 만드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주치의 프로그램 운용의 중심에는 등록제와 예약제, 그리고 건강의 주체를 정하는 문제가 있다. '의사는 단지 거들 뿐, 그러나 언제든 연락하세요'가 바로 그것.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 의사와 병원이 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익숙치 않다. 그래서 건강혁신살림의원은 전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이메일 등 모든 방법을 열어놓고 환자의 상담을 기다린다. 근무시간이 지나서도 수시로 카톡이 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도 된다. 실제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의사 1명이 감당할 수 있는 환자수에 대해 김신애 원장은 "내가 몇 명 정도의 환자를 주치의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료진도 이용자들도 모두 처음이다. 그런 수치적인 결과들은 주치의제를 열심히 하다보면 나올 것이다. 다만 내원한 환자들을 고혈압이나 당뇨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보는 게 중요할 것이다"며 주치의제 본연의 목적에 최대한 충실해 보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두 사례의 결말 아닌 결말이 궁금했다. 
"사례 1님은 추석에 가족들 앞에서 커밍아웃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화장으로 가려진 그의 얼굴 대신 진짜 본인의 사진을 올린 카톡 프로필이었다. 사례 2님은 '잠이 보약'이라는 원론적인 말에 살림의원 구산동 본점의 정신과 선생님께 좀더 심도 있는 진료를 의뢰했다."

◆건강혁신살림의원 주치의제 등록 문의. 전화 02-6014-9949(내선 0번)

 

김기태 newcitykim@gmail.com

<저작권자 ©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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