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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지역을 아카이브하다

기사승인 2018.11.18  18: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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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하반기 의료협동조합 의사 연수회...그림으로 표현한 나, 나의 일

"중증 장애로 20년째 누워만 지내는 환자와 인연을 맺고 있다. 석 달에 한 번 왕진을 나가 상태를 살핀다. 내가 환자의 가정형편을 알고 있는 건 그렇다치더라도 환자가 나의 일상을 너무 잘 파악하고 있는 것에 가끔 놀란다.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지만 의료사협 소식지 등을 통해 나에 대한 소식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환자를 보고 있으면 의사로서 무기력을 느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너무 없기 때문이다. 같이 견뎌주는 것 말고는..." 

안성의료사협 서안성의원 강대곤 원장은 지역에서 오랜 기간 주민들의 건강을 바라보고 지켜온 의사다. 1987년 학생때 주말 무료진료를 시작한 강 원장은 1997년부터 안성의료협동조합에서 일하며 21년째 지역주민들을 위한 진료에 힘쓰고 있다.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는 11월 17일 오후 4시30분부터 4시간 동안 서울 불광동에 위치한 서울시어르신돌봄종합지원센터 6층 대강당에서 '2018 하반기 의료협동조합 의사연수회'를 가졌다. 행사에는 의료협동조합 의사뿐 아니라 공공의료에 몸담고 있는 의사와 의과대학생 등 22명이 참석했다.

이번 연수회는 '그림책 읽는 의사'로 주제를 정해 진행됐다. 사단법인 그림책미술관 시민모임 한명희 대표의 강의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해 보는 실습과 수다회로 진행됐다. 수다회는 진료실에서 의사로서 겪는 여러 상황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자리다. 

강사로 나선 한명희 대표는 왜 그림을 그려봐야 하는지, 그림책이 기록으로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했다. 한 대표는 기록을 의미하는 '아카이브(archive)'란 개념을 통해 그림책이 우리의 삶을, 지역을 아카이브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아카이브는 기억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덧붙여 소통하며 결국에 삶을 공감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한 대표는 우리 모두 그림을 그리는 것에 익숙치 않아 '그림 그리기'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일단 그려라"고 조언한다. 

강의 후 실습. 첫째, 참석자들은 둘이 짝꿍을 짓는다. 투명 셀로판지를 서로의 얼굴에 가까이 대고 눈, 코, 입 등을 그려나간다. 둘째, 이번에 자신의 손을 종이에 그린다. 그리고 한 문장으로 자신의 손에 대한 감상을 적어 넣는다. 날짜와 함께. 마지막으로, '일터에서 만나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장의 작은 종이에 표현한다. 여기엔 그림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글로 적는다. 이 단계에선 반드시 그림을 먼저 그리고 글을 나중에 넣는다.

▲ 참석자들이 짝꿍을 지어 투명 셀로판지에 서로의 얼굴을 그렸다.

▲ 일터에서 만난 사람들을 그림과 글로 표현했다.

참석자들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수다회가 시작되는 것이다. 
경기도 시흥에서 얼마전 호스피스를 중심으로 하는 새오름의료사협을 창립한 황승주 원장은 해바라기 그림과 함께 젊은 날을 소회하는 이야기로 주위를 숙연케했다.
"저는 처음에는 불교와 철학을 좋아했다. 그런데 학생운동하면서 의과대학에서 제적당하고 보안사에서 간첩으로 몰려 금방 죽게 됐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계시를 주었다. 감옥에 있으면서 성경 공부하고 신학교에 들어갔다. 경기도 용인에 가서 목회를 하다 40세에 다시 복학해서 의대를 마치게 됐다"

안성의료사협의 강명근 원장은 "대부분 환자들이 질병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몸이 내는 목소리를 누른다. 진료과정에서 환자의 경험은 사라지고 앙상하게 의학적 담론만 남게 된다. 의료협동조합에서 건강을 실천하는 것은 아픈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오늘 이 그림작업을 접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내년에 구체적으로 실행해 볼 계획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의료사협연합회는 그동안 이문재 시인의 글쓰기, 정신건강 공부하기 모임 등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회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연합회 협동의료인회 김종희 팀장은 "이번 그림 그리기 작업을 동아리 형태나 다른 방식으로 계속 이어가는 방법을 모색해 보겠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의사 연수회에 이어 12월 1일(토) 오후 5시 강남 유기농문화센터에서 '나의 의료사협 한의원을 소개합니다'를 주제로 하는 한의사 연수회를 열 계획이다. 
프로그램으로는 의료사협 한의사로 살아남기(안성의료사협 서정욱), 진료실을 넘나드는 의료사협 한의사 이야기(수원의료사협 현승은), 한의사 장애인주치의 추진 현황 공유(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 허명석)에 대한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 2018 하반기 의료협동조합 의사 연수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김기태 newcitykim@gmail.com

<저작권자 ©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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