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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곡동과 번동에는 마을의사가 있다

기사승인 2018.12.13  17: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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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사의련 서울지역 3차 모임...커뮤니티케어형 의원의 모습과 역할 발표

"지역을 상품으로 보는 시각, 뭔가 개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자원과 역량을 연결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오패산 '건강의 집' 홍종원 님)

"의료기관은 마을의 건강플랫폼 기능을 하고, 의사는 질병이 아닌 포괄적이고 전인적인 관리를 하는 건강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더불어내과 윤여운 원장)

진료실을 벗어나 주거, 복지, 돌봄 등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현장에서 주민들과 호흡하며 새로운 마을공동체를 꿈꾸는 의사들의 이야기다. 

강북구 번동에서 '건강의 집'이라는 주거 공동체를 실현하고 있는 홍종원 활동가와 광진구 자양동과 중곡동에서 돌봄과 복지, 의료를 통합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윤여운 원장이 바로 그들이다.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사의련)는 12월 8일, 서울지역 3차 모임을 갖고 '커뮤니티케어형 의사'의 모습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의료기관의 역할을 모색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번동 마을의사, 홍종원...건강의 집을 만들다

강북구 번동 148번지는 '의사 홍종원'을 마을 활동가로 바꾸어 놓은 곳이다. 가톨릭관동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2012년 서울시와 성공회대학교가 공동으로 진행한 '서울시 복지건강마을 지원단' 사업에 참여하면서 번동 지역과 인연을 맺게 된다.

사업은 당시 강북구 번동과 성북구 상월곡동을 건강마을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복지건강마을은 마을의 기능을 복원하면서 건강한 삶의 조건들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당시 수행보고서에 따르면, "질환이 생기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에서 앞으로는 지역 안에서 삶의 질을 높이고 자립적이고 협동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모델로 바뀌는 것"이 복지건강마을의 핵심이다.

그는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의료기관이 아닌 건강 마을 만들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물이 '건강의 집'이다. 건강의 집은 구청, 보건소, 지역아동센터, 지역청년단체 등 지역의 여러 자원들이 결합하는 사랑방 역할을 하게 된다. 

▲ 강북구 번동에 위치한 '건강의 집' 초기 모습.

주말 가족 건강놀이터 '선데이파크', 오패산 마을 축제 '숲속애', 청소년 교육 '일상연구소 말랑말랑', 건강울타리네트워크 '건강삶터네', 주민 소모임 등이 건강의 집을 중심으로 기획, 실행됐다.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과 함께한 '일상연구소 말랑말랑'에서는 요리교실, 직업체험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다양한 지역행사에 참여해 건강한 관계망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으로 남고 있다. 

여기에 더해 건강의 집은 청년들의 주거 공동체 역할도 하게 된다. "활동하면서 외롭기도 했고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지역의 청년들을 만나게 됐고 돈이 없어 마땅한 주거공간을 얻지 못하는 청년들과 같이 생활하게 됐다." 

원래 주택 용도가 아닌 공간은 이층 침대를 들여놓고 사람의 온기가 들면서 '진짜 행복'의 의미를 깨닫는 곳이 됐다. 그는 대학가 잡지에서 이곳을 다룬 기사 한 대목을 소개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는 누구와 어떻게 사는지라고 생각해요. 만족스런 관계를 통해 행복하게 사는 것, 이것이 진짜 건강한 삶이 아닐까요. 전 지금 행복합니다." 

건강의 집이 만들어낸 청년들을 위한 주거 공동체는 지역의 모델로 자리잡게 되고, 제2, 3의 새로운 '터무늬 있는 집'을 만들게 된다.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터무니없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터무늬 있는 집이 필요했다." 프로젝트 '터무늬 있는 집'은 시민들이 출자해 만든 청년 주택이다. 선배 세대가 후배들의 주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그는 "건강의 집에서 건강보다는 집이라는 말이 신의 한수였다"며 "지금도 방문진료를 나가며 의사로서 삶도 고민하고 있지만 지역에서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당신을 건강하게 해주겠소'라는 해결사 같은 의사가 아니라 좋은 이웃이자 동료가 그가 생각하는 '의사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 오패산 마을축제 '숲속애'.

◇2020년 어느 날, 중곡동 더불어내과의 하루

-오전 7시30분~8시 : 전날 방문했던 돌봄 대상자 기록 정리
-8시~15시 : 일반 진료와 움직이기 힘든 환자들을 위한 전화 상담
-15시30분~16시 : 방문간호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등과 주민건강센터에서 회의
-16시~18시 : 케어안심주택, 단기케어홈, 개별 가정 방문진료와 간호

위 일과표는 지역주민운동을 오래 해온 광진구 중곡동의 더불어내과 윤여운 원장이 만든 것이다. 일명 '커뮤니티케어형 의원'이 돌아가는 모습을 미리 그려본 것이다.

커뮤니티케어는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이 시설에서 나와 평소 살던 동네에서 보건, 복지 서비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을 말한다.

"주민건강센터나 케어안심주택 등이 커뮤니티케어에서 만들어진다. 우리가 강하게 밀고 있는 것은 단기케어홈이다. 병원에서 지역으로 무조건 환자를 내보낼 수 없다. 수술이나 항암 치료, 허리 골절 등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를 1~2달 집중적으로 돌보는 곳이다."

그가 생각하는 고령화 사회 의원의 모습은 '건강플랫폼'이다. 의원이 모든 것을 하기보다 지역의 다양한 자원들을 연결하고 지역내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의사가 고혈압, 당뇨처럼 만성 질환자를 관리하는 방법을 보자. 의원에서는 이들에 대한 일차 진료를 하고 영양 등 생활 처방이 필요하면 관련된 지역 자원들에게 연계하는 것이다. 물론 질병에 대한 추적관찰, 재검사 시기 등은 의원에서 꼼꼼히 챙겨 환자들을 관리한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의 업무 부담이 걱정됐다. "하다보니 관리 방법에 대한 기술도 쌓이는 것 같다. 근무 시간 내에서 커뮤니티케어와 관련한 교육을 하고, 이를 통해 특정한 사람이 모든 것을 맡는 것이 아닌, 병원 전체가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고자 한다."

더불어내과는 원장 자신이 오랜 지역 활동을 한 덕에, 지역의 여러 자원들과 연계돼 있다. 더불어내과가 위치한 '공유공간 나눔'에는 광진구의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포진해 있다. 광진생협, 돌봄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광진주민연대, 광진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이 한 공간에 있으면서 상승 효과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6월 커뮤니티케어 시범 사업을 8개 지자체에서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런 지역의 자원을 갖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사업 참여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년 정도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자양동에 있었다면 바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원래 윤 원장과 공유공간 나눔의 식구들은 자양동에 오래 있었고 중곡동으로 온지는 채 2년이 되지 않는다). 주민들과 관계가 긴밀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공급자 중심으로 일이 진행될 수 있다."

커뮤니티케어의 핵심 중 하나에는 '왕진'이 있다. 하지만 1인 개원 형태에서 진료 수입을 포기하고 방문 진료를 나가는 데 회의적인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여러 명의 의사가 공동개원하는 형태가 추천된다. 

"고민을 많이 했다. 공동 개원이 경영도 안정적이다. 하지만 1인 개원이 선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험상 진료에 비중을 두다보면 지역활동에 관심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아예 구조 자체를 1인 형태로 만들어 놓는 게 좋다."

문제는 지역활동에 투자하고도 생존 자체가 가능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요양원 촉탁의처럼 수가가 적절하게 책정돼 진료수입과 지역활동 수입이 배분된다면 많은 의사들이 지역으로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 사의련 서울지역 3차 모임이 광진구 중곡동 더불어내과에서 열렸다.

김기태 newcitykim@gmail.com

<저작권자 ©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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