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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감정노동 - 감정노동의 주요 피해자가 여성인 이유 - 2

기사승인 2019.01.13  19: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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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젠더, 의료를 말하다] (5)

여성과 감정노동 - 감정노동의 주요 피해자가 여성인 이유 - 2


 한인임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 정책팀장

 

2. 여성노동자가 주요 피해자인 이유

(1) 여성은 감정노동 직무에 집중 배치 된다

여성이 취업하여 일하고 있는 직종은 크게 다섯 개 영역이다. 전문직, 사무직, 서비스직, 판매직, 단순노무직이다. 여성 취업자의 약 90%가 이 네 개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남성의 경우 아래 9가지 직종에 고른 분포를 보이는 반면 여성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이는 여전히 우리나라 직업에서의 ‘성 역할’이 존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뿐만 아니라 관리자 비중이 낮은 것 역시 여성이 처한 차별적 조건을 나타내고 있다. 여성이 일하고 있는 전문직 분야에서의 감정노동 노출 수준은 그 외 직종보다는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변호사, 의사, 교수 등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문제는 나머지 직종으로 축약된다. 약 350만 명에 이르는 서비스 및 판매 종사자, 그리고 그 업무 내용도 다양할 250만 명의 사무직 노동자들(여기에는 금융 사무직, 상담ㆍ안내ㆍ통계 및 기타 사무직 등도 포함된다)이 문제의 주요 대상이다. 이에 더하여 약 180만 명에 이르는 단순노무 종사자(여기에는 가사 및 육아 도우미,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판매 관련 단순 종사자 등도 포함된다)가 있다.   

한편 위 자료에서 보여주듯이 각 직종별, 연령별 여성의 임금 수준이 남성에 비해 매우 낮은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같은 직종 내에서도 연령이 같아도 승진 차별을 받았거나 다른 업무(비숙련 업무, 3D업무 등)를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설명해 준다. 또한 이들 업무 중 상당 부분은 고객 대면 업무일 것이다. 서비스·판매직의 경우 40대가 되면 남성의 40%~50% 수준의 임금을 받게 되는데 이들 대다수의 여성 노동자들은 주로 병원에서, 마트에서, 요양원에서,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사실상의 집중적인 감정노동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를 뒤집어 생각해 보자. 즉, 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는 여성밖에 없을까, 왜 마트 매장의 상품 진열자나 계산원은 여성밖에 없을까? 왜 요양보호사는 여성만 있을까?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사람은 왜 주로 여성일까? 콜센터 상담원은 왜 여성만 있는 것일까? 건물에서 청소하는 노동자는 왜 주로 장년·고령의 여성 노동자들인가? 하는 질문에 부딪친다. 사회학자들은 이에 대해 ‘여성을 겨냥해 만들어진 직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애초부터 여성을 뽑는 것으로 설계되었고 저임금 체계로 운영해도 ‘가부장적 임금 제도’가 보편적인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소득은 부가적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최저임금 정도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 같이 마트에서 근무하지만 남성은 주로 매장의 중간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여성은 진열과 계산을 한다. 다른 직무이기 때문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반되지도 않는다.

(2) 여성 감정노동자에게 가해지는 권력형 폭력

고객 응대 사업장에서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사회에서 가장 하층민이다. 저직급, 저숙련, 더러운 일을 하며 차별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난하기까지 하다. 이런 여성 노동자들이 감정노동에도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불평등 종합 선물세트가 도착했음을 시사한다. 만약 이들이 고직급이었다면, 고숙련 전문가였다면, 깔끔한 정복 차림이었다면, 청소와 같은 지저분한 일을 하지 않았다면, 임금 수준이 높았다면, 특히 여성이 아니었다면 고객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을 것이다.

물론 사족을 달자면 그렇다고 해서 이런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무시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러한 문제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 신분제가 자본주의의 모습으로 새겨져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결과적으로 여성들이 주로 고객 대면 업무의 가장 밑바닥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성 노동자들이 감정노동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한편 여성 감정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고객은 남성일수도 있고 여성일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반드시 권력의 힘이 작용한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감정노동 갑질사례는 모두 권력형이었다. 즉, 안하무인인 고객이 저직급의 감정 노동자를 괴롭히는 얘기다. 그러나 다음에서 얘기될 가해 양상은 좀 다르다. 그렇지만 가장 부당한 유형의 폭력임엔 틀림없다.

건강미디어 mediahealth2015@gmail.com

<저작권자 ©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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