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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만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에 부쳐

기사승인 2019.01.31  21: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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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

일단, 환영한다. 그러나 거의 30년 만에 이루어진 전부개정법이라고 하기에는 난감한 상황이다. 수백 보를 갔어야 할 상황에서 이제 한 보 뗀 듯한 느낌을 갖는 이가 나만은 아닐 것이다. . 우선 환영할 만한 내용을 들여다보자.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와  배달앱 등을 통해 업무를 배정받는 배달 노동자, 가맹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사업주와 국가가 이들의 안전보건에 대해 일정한 경제적 부담과 책임을 지게 되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또한 화학물질 등을 양도하거나 제공하는 업자들이 그간 영업 비밀이라 주장하면서 제출하지 않을 수 있었던 물질안전보건자료를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명칭 및 함유량을 대체할 수 있는 자료로 적어 제출토록 했다는 것은 작은 성과이다. 또한 108조에서 다루고 있는 ‘신규 화학물질의 유해성·위험성 조사’ 의무화 또한 적절한 조치이다.

뿐만 아니라 ‘도급’의 개념을 ‘명칭에 관계 없이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으로 확장한 측면은 긍정적으로 풀이된다. 향후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면세점과 같이 ‘임대’라고 주장하는 곳도 도급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건설업에서 ‘발주처’의 책임을 명시적인 수준이지만 일정한 수준에서 강조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꾸준히 요구해 왔던 사항은 더도 덜도 아닌 ‘원청의 책임성 강화’와 ‘중대재해에 대한 벌칙 강화’였다. 구의역 김군, 발전소의 김용균은 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앞으로도 나타날 비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58조(유해한 작업의 도급금지)’ 조항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여전히 ‘1. 도금작업 2. 수은, 납 또는 카드뮴의 제련, 주입, 가공 및 가열하는 작업 3. 제118조제1항에 따른 허가대상물질을 제조하거나 사용하는 작업’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균법’에 ‘김용균’이 빠져 있다는 지적은 이 조항 때문이다. 상시적 업무이며 위험성을 가진 모든 업무는 도급 금지 대상이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제59조(도급의 승인)’ 조항에서도 ‘사업주는 자신의 사업장에서 안전 및 보건에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 중 급성 독성, 피부 부식성 등이 있는 물질의 취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을 도급하려는 경우에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로 규정하고 있어 수많은 위험작업이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 없이도 도급될 수 있음을 개정안으로 만드는 변고가 생겼다. 이에 더하여 도급인의 산재예방 책임은 반 보 정도 나간 수준에서 그치고 있어 앞으로도 도급노동자들의 끊임없는 재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잃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운동’으로 다시 재점화 한 ‘기업살인법 제정 요구’는 금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서 벌칙이 전혀 강화되지 않은 문제 때문이다. ‘안전조치 또는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하게 한 자에 대하여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바뀌지 않은 벌칙은 그간 하한형을 고려했던 고용노동부 안보다도 크게 후퇴한 것이다. 노동자 1명의 산재사망 벌금이 법원에서 50만원으로 정리되는 이 작태를 아직도 끝낼 생각이 없는 것이다. 노동자의 목숨 값보다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제도가 짜여 있다면 자본은 당연히 노동자의 생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법에서 아무리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의무를 부여해도 벌칙이 낮다면 누가 법을 지키겠는가. 무엇보다 이는 일하는 사람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다. 담배꽁초 무단투기와는 성질이 다른 것이다.

노동자의 처절한 죽음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지금, 부족한 법이지만 시행령이나 규칙을 통해 본래 입법의 취지를 제대로 지켜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나 낮은 벌칙은 현재로선 답이 없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이 답이다.

건강미디어 mediahealth2015@gmail.com

<저작권자 ©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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