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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지키는 여성운동 3 - 사회가 아프면 여성도 아프다

기사승인 2019.03.13  20: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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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의료, 젠더를 말하다] 20

 

장이정수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

다양한 세대의 여성 건강 운동

여성 건강은 지금까지 모성보호 측면에서 생식과 출산에 국한되어 논의되어 왔다. 보건소의 건강 사업은 모성보호 차원에서 출산과 육아 지원이거나 금연 금주 운동 등 개인의 건강 행태를 개선하는 사업이 중심이었다. 저출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인공 임신을 지원하는 사업비나 출산 관련된 사업은 있어도 출산을 하지 않는 여성들의 건강에 대해서는 사업이 책정되거나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10대 청소녀의 건강이나 20대 청년의 건강, 30-40대 하더라도 출산을 하지 않는 여성들의 건강은 정책의 관심사 밖이었다.

여성민우회는 ‘10대 소녀들의 체육 활동’ 사업이나 ‘여학생들에게 운동장을!’ 등의 캠페인을 진행했고 여성환경연대 역시 10대 청소녀들의 몸활동이나 ‘에코걸캠프’ ‘외모왜뭐’ 등을 통해 자신의 몸을 보살피고 건강을 지키는 워크샵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에코걸캠프’에서는 건강한 먹을거리와 패스트 패션, 몸놀이, 몸 긍정 프로그램 등 몸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들을 10대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돌아본다. 외모가 여성에 대한 가장 절대적인 평가가 되는 사회 속에서 외모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여성의 삶에 대한 문제제기를 제기하며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여성 건강 운동의 목표이다.

또한 장애를 가진 여성들의 월경 경험은 다르고 완경을 대하는 여성들의 경험도 다르다.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는 그 기준으로 나이듦에 대한 공포와 거부가 심하고 그것이 문화가 되어 안티에이징이 일상화되어있다. 나이 들면서 생기는 흰머리와 주름 등 신체의 변화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젊고 어린 여성을 기준으로 삼아온 여성의 대상화는 중년의 여성들을 다시 시장의 영역으로 불러들여 끊임없이 화장품과 염색, 성형, 다이어트 상품의 소비자로 머물게 한다. 나이듦을 받아들이고 완경의 증상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변화된 신체에 맞는 마음과 관계를 형성하려는 노력 역시 여성 건강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여성의 몸의 변화에 맞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마을공동체 차원에서 여성 건강을 지키려는 운동으로 ‘봄봄-나를 돌아봄, 서로를 돌봄’ 운동은 여성환경연대와 초록상상에서 시작한 건강 운동이다. 의료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벗어나 여성 스스로 건강하려는 운동이 <봄봄-나를 돌봄 서로를 돌봄>이다. 자신의 몸을 알고 몸과 마음, 자연과 인간, 의료와 생활을 통합적으로 보고 지역에서 실천하려는 대안적인 여성 건강 운동이다.

10인 이내의 소규모의 여성들이 약 6주간의 프로그램으로 주 1회 만남을 갖는다. 프로그램은 지금 현재 나의 상태를 서로 얘기한다. 몸의 증상은 어떤지, 마음은 어떤지, 걱정거리는 무엇인지, 자신의 건강을 파악하고 이후 매주 건강한 생활 습관을 익히고 얼마나 서로 실천했는지 확인하는 모임을 갖는다. 프로그램은 건강한 먹거리와 요리 배우기, 생활 속 유해 화학물질 줄이고 대안용품 만들기, 생활 속 운동과 걷기, 몸 놀이 등이며 서로 일주일동안 어떤 실천을 했고 어떤 변화가 왔는지 서로 격려하면서 건강에 대한 여성들의 힘과 지혜를 키워가는 일이다. 마을공동체는 이렇게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확산하고 돌봄의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지나친 의료의존도를 낮추고 자연적이고 공동체적인 건강 문화를 확산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한 생활 소비자 협동운동

생협 운동은 여성이 중심이 되어 농약, 식품첨가물, 방사능, GMO 등 먹을거리 오염으로부터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와 생산하고 소비하려는 대표적인 건강운동이다. 생협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농업정책, 식품첨가물, 최근에는 GMO 등의 문제에 대해 연대하고 협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GMO 농산물의 최대 수입국가이다. 전세계 유전자 변형식품의 90%의 특허권을 갖고 있는 몬산토는 베트남 전쟁 당시 화학무기인 '에이전트 오렌지'를 제조했던 곳이다. 1962년 레이첼카슨이 살충제로 인해 봄이 되어도 새가 울지 않는다는 ‘침묵의 봄’을 발표하며 DDT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후 미국에서 환경운동을 촉발하며 1971년 제조가 금지되었으나 아직도 미국의 강에서는 DDT가 발견될 정도로 자연 분해되지 않는다. 몬산토는 이후 '라운드업'제초제를 개발하고 1982년 식물의 유전자 조작에 성공한다. 항생제 내성뿐 아니라 특정 업체의 종자와 제초제를 사야했던 수 천 명의 인도 농민들을 자살에 이르게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다국적 기업의 성장은 멈추지 않고 있다. 2018년 6월에 독일 바이엘이 67조에 몬산토를 인수하였다.
 
GMO는 자연적인 품종 개량이 아닌 유전자를 조작한 식품이며 생산량이나 유통, 가공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것이다. 그러나 GMO식품이 인체에 미칠 영향이나 항생제 내성 문제, 생태계 교란, 토종 종자 멸종에 따른 생물 다양성 감소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의 값싼 농산물을 무기로 빠르게 식량 자급률이 떨어지고 있는 3세계에서의 GMO 생산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쌀을 제외한 식량을 거의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GMO 식품을 섭취한다. 1인당 쌀 소비량 61kg 비슷한 45kg을 소비하는데 대부분 콩, 옥수수, 목화와 유채 등 가공 식품과 공장 축산의 사료 등에 사용되고 있다. 국내 5대 식품회사는 어디에 어느 정도 사용하고 있는지 비밀이라며 공개조차 안하고 있다. 한 살림, 아이쿱, 두레 등 생협은 GMO 표시제에 관한 요구를 광범위하게 하고 있지만 GMO 표시제를 넘어 규제에 관한 GMO식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GMO식품의 확산과 맞물려 한국의 토종 종자는 사라지고 있다. 전국여성농민회는 2007년 토종 텃밭부터 시작해 토종 종자 지키기 운동을 10여년 째 하면서 약 300여종의 씨앗을 지켜내었고 씨드림의 변현단씨도 172작물 5천여 점을 데이터베이스하고 있고 가배울과 행복중심생협 등 농촌의 토종 씨앗을 지키려는 운동들이 여성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체르노빌 사건 이전에 나온 곡물과 분유를 구하거나 제3세계에서 수입한 음식을 찾는 것,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지 못하도록 잡아두고 놀 거리를 마련해주고 달래 줘야 하는 것도 여성의 몫이었다. 가족들이 오염되지 않았을까 염려하고 음식을 구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 것도 정치가나 과학자가 아니라 여성들이었다. (반다나시바, 에코페미니즘)

먹을거리를 지키려는 노력은 여성들의 오래된 성역할이면서 책임이었다. 여성은 종자를 모으고 관리하고 집 주변 텃밭에 다양한 작물을 심는 당사자이면서 일찍이 기계화된 벼농사와 달리 쪼그리고 앉아서 심고 잡초를 뽑고 수확을 하는 밭농사 특성으로 인해 더 많이 농약에 노출된다. 80년대부터 농약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생협이 시작되어 이후 증가하는 첨가물과 오염된 식탁을 바꾸기 위해 도시의 여성들은 농촌과 연대하였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환경을 지키기 위한 공동체운동을 함께 하였다. 지역의 소각장이나 골프장, 담배 자판기 등 지역에 건강에 위해한 시설이 들어올 때 여성들은 조직하여 막아내었다. 후쿠시마 핵폭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정부는 안전하다고 했지만 여성들은 스스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성해 직접 주변의 방사능을 측정하고 공부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했다. 차일드세이브 커뮤니티는 방사능 감시에 소홀한 정부를 규탄하고 오프라인 행동도 조직했다. 생협은 소비와 살림이라는 여성의 성역할에 기반한 소비자 운동이라는 점에서 비판받기도 한다. 그러나 생협을 움직이는 여성들은 농민과의 결속을 기반으로 장바구니정치를 통해 지역에서 대안 공동체 운동을 펼치고 있다. 신자유주의 먹거리 생산시스템과 싸우면서 다양한 건강과 관련한 활동들을 지역에서 펼치고 있다. GMO와 방사능없는 식자재를 공급하거나 관련 조례를 만들고 건강한 밥상을 지키고 확대하려는 노력은 여성들의 건강을 지키는 운동이기도 하다.


서울시 여성 건강 사업

서울시 여성 건강 사업은 ‘서울시 취약여성 건강관리 사업’으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자치구에서 진행된 사업이다. 건강 사업의 대상은 여성노동자, 돌봄여성주체, 장애 여성, 여성 노인, 전통시장 근로 여성, 감정노동 여성, 보육교사, 한부모, 다문화여성 등이었다. 초기 시범사업이었던 가산디지털단지의 여성 노동자 건강사업이나 돌봄 여성노동자 사업은 돌봄센터 설립 등으로 발전되어 여성 건강 정책의 매우 큰 진전을 이루었다. 이 사업들은 대개 지역의 보건소와 풀뿌리 단체들이 함께 의제를 발굴하고 진행한 의제들이다.

서울시의 건강 사업 중에 여성의 출산이나 양육 등과 무관한 여성의 건강을 대상으로 한 사업은 여성가족정책실의 마을 중심 여성 건강 카페 화음 운영 및 지원, 저소득 청소녀 건강지원, 시립청소녀 건강센터 운영이 있고 시민건강국 내 젠더 관점의 여성건강 사업은 ‘취약계층 여성 건강관리 사업’이 유일했다. 청소녀 사업과 공간운영을 제외하고 여성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연구와 사업은 거의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다.

여성건강사업의 성과는 작지 않았다. 똑같은 시장 상인이라고 하더라도 여성 상인은 남성 상인과 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있음을 알게되었고 특히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여성이나 감정노동을 주로 하는 여성의 건강 문제의 차별성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중랑구 초록상상에서 진행하였던 여성건강사업은 지역의 보육교사의 건강실태를 거의 전수조사하였는데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상을 호소하였고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조사를 마치고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면서 여성들에게 쉼과 건강을 돌볼 여유를 제공하였다. 보육교사들은 여성들은 볼링 등과 같은 운동 동아리, 음악, 도자기, 화장품, 차 등 다양한 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돌아볼 최소한의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어린이집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아동학대사건은 열악한 노동환경 속의 여성노동자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그것을 범죄시하여 감시하고 처벌을 강화하기 이전에 보육교사의 삶과 건강을 들여다봐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보육교사의 근무조건 개선과 더불어 관계를 맺고 건강을 도와주는 지역사회 및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

젠더 특성이 여성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건강 형평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관점이이지만 서울시나 보건소의 정책 전달 방식은 예방 중심과 주민참여형으로 가기에는 여전히 인력의 부족과 인식전환이 부족하다.

이러한 여성의 젠더적 특징을 감안한 건강 정책과 모델 개발, 지역사회에 젠더 관점의 여성 건강 사업의 확대는 서울시 건강 정책에서 매우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서울시 예산의 1.4%밖에 안되는 건강사업의 낮은 비중, 특히 여성을 취약계층으로 구분하여 출산과 모자보건에 치중하는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각 여성들의 노동조건과 생활환경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와 특정 젠더 건강 문제에 대한 이해, 그것을 해결하는 자치구 단위의 보건소와의 협력 모델, 지역사회 참여적 모델 개발은 향후 건강도시와 건강정책에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3. 사회가 아프면 여성도 아프다

2018년 여름은 111년만의 더위를 경험한 해이다. 한국 뿐아니라 유럽과 북미도 고온으로 인한 산불과 이상기온으로 전 세계가 고통을 겪었다. 지구가 생애 최고의 기후재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70년대부터 경고되어왔고 리우회의 등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노력은 계속되었지만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것 같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건강한 음식 대신 자동차와 플라스틱과 오염된 식품에 뒤덮인 신자유주의의 위험은 모두에게 동일하지만 피해는 여성과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이고 소득과 연령에 따른 피해의 격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건강정의가 필요한 시간이다.

페미니즘에서 여성의 몸은 매우 중요한 이론이고 주제였다. 오랫동안 여성의 억압의 원인이 여성의 몸에 천착했다. 가부장제는 질병을 적으로 간주하여 없애야 할 것으로 취급했고 의료과학에 대한 맹신하며 여성의 몸은 비정상으로 간주해왔다. 근대의 형성과정에서 여성들의 자연적 지혜 등은 마녀로 몰리고 근대의학만이 진리로 확립되는 과정에서 여성들은 스스로의 건강을 지킬 힘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학이 실험과 경험을 통해 확립된 지식인 것처럼 여성의 지혜도 오랜 경험과 체험을 통해 습득된 인류의 지혜이다. 근대에서 평가절하되었던 몸은 자연과 같이 주체성, 다양성, 상호연결성이야말로 핵심적인 가치이다. 수지 오바크는 몸에 대한 상업적 착취와 다양성의 훼손을 우려한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몸이란 이제 없다. 몸을 당연한 것이자 즐거운 것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 몸을 우리가 달성해야 할 열망이 아니라 우리가 깃들어 사는 장소로 바꿔야 한다. 몸에 대한 상업적 착취와 신체적 다양성의 격감을 시급히 막아야 한다.  수지 오바크(2011),『몸에 갇힌 사람들』, 김명남 옮김, 창비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자 사회적인 존재이다. 자연과 인간, 몸과 마음, 건강과 질병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넘나들고 영향을 미친다. 완전한 질병도 완전한 건강도 불가능하다. 자연스럽게 노화를 받아들이고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삶을 우리 자신에게 허용해야 할 것이다. 사회와 자연의 연결성을 회복한 여성의 몸을 상상하고 재구성하고 운동으로 여성의 건강을 총체적으로 회복하고 지켜야 할 것이다. 여성건강운동은 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몸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 대상화하고 폭력을 가하는 것들에 맞서 자연성을 되찾고 건강해지는 운동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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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미즈, 반다나 시바(2000),『에코페미니즘』, 손덕수, 이난아 옮김, 창작과 비평사.
박이은실(2015),『월경의 정치학』, 동녘
실비아 페데리치(2011), 『캘리번과 마녀』, 황성원 김민철 옮김, 갈무리
수지 오바크(2011),『몸에 갇힌 사람들』, 김명남 옮김, 창비
여성환경연대(2006),『성인지적 관점에서 바라본 환경과 여성건강 기초연구』
윤박경(2000), “환경호르몬과 여성건강”, 『꿈꾸는 지렁이들』, 환경과생명,
이안소영(2007), “생활속유해화학물질 없애기: 일상 속으로 들어간 여성환경건강운동”, 환경과 여성건강,『2007 여성환경국제회의』,
크리스 쉴링(1999),『몸의 사회학』, 임인숙 옮김, 나남출판
정진주외(2012),『돌봄노동자는 누가 돌봐주나?』, 한울
한국여성민우회(2016), 『다양한 몸의 자유를 위한 의안발의 워크샵 자료집』
한국여성민우회(2006), 『청소녀 학교 체육활동 보고서』

건강미디어 mediahealth20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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