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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매드 프라이드'

기사승인 2019.06.02  17: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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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퀴어퍼레이드를 축하하며

I am crazy. I am proud to be crazy.

Crazy and so what?

6월 1일 서울에서 수만 명이 참석하는  퀴어퍼레이드가 시청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매년 6월이면 전세계 대도시에서 열리는 행사가 이제 우리나라에서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일부 낯설어 하는 사람도 있고 보수 기독교계의 조직적 방해도 있지만, 그동안 숨어 지내고 은둔해 있던 성소수자들이 광장에 나와 자유를 외칠 수 있다는 것은 그래도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사회의 소수자, 약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거리를 행진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회가 다양한 존재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소수자에 대한 수용과 관용은 그 사회의 품격을 말해 줍니다. 

그러나 일부 진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편견과 낙인 속에 숨죽이고 지내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최근 강력범죄 사건의 주범으로 정신장애인이 자주 등장하면서 이들에 대한 적대적 시선은 늘어나고 당사자들은 더 움츠러들고 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대한민국의 정신장애인들은 정당한 시민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수만 명의 환자가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서 갇혀 지내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지내는 당사자들도 제대로 된 정신보건 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잠재적 범죄자 대우를 받아 가면서 하루 하루 힘들게 살아갑니다.

정신장애 자체로 인한 기능저하, 강제입원으로 인한 트라우마 그리고 편견과 낙인에 따르는 사회적 배제는 이들을 고립과 좌절로 몰아 넣고 있습니다.

정신장애인은 소수자에도 끼지 못하는 그냥 투명인간인가요? 사회적 존재로서 자존감 회복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이제 '매드 프라이드Mad Pride'를 얘기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매드프라이드 행사는 1993년 캐나다에서 처음 진행되었습니다. 전세계 여러 도시에서 매년 7월 14일 전후에 열립니다. 7월 14일은 프랑스 대혁명 기간 바스티유 감옥 문이 열리면서 '미쳤다'는 이유로 갇혀 지내던 정신장애인들이 풀려난 날을 기념하여 정해졌다고 합니다. 다양한 행사와 더불어 거리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퀴어퍼레이드를 연상케하는 행진이 이뤄집니다. 

내가 미쳤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 미쳤다고 손가락질 받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꿈꿔도 되지 않을까요?  퀴어퍼레이드에 열광하던 많은 분들이 이제 매드 프라이드 행진에도 박수 보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백재중 jjbaik99@gmail.com

<저작권자 ©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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