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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왕진의 필요충분조건

기사승인 2019.11.11  15: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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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는 올해 4월부터 6개월 동안 실시한 방문의료사업 보고대회를 열었다. 연합회 소속 12개 의료협동조합이 참여한 방문의료에는 55명으로 구성된 의료팀이 재택진료가 필요한 163명에게 1,000번에 가까운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방문의료에 필요한 재원은 한국사회적경제씨앗재단이 6천만 원을 지원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의료협동조합은 오래전부터 '병원으로 오지 못하는' 환자를 집으로 찾아갔다. 외래진료비에 약간의 교통비 정도만 받고 봉사차원에서 왕진을 다녔다. 이유는 간단했다. 환자가 오지 못하는 상황이니 의료인이 환자가 있는 곳을 찾은 것이다. 

이번 방문의료사업 이용자는 장애인이 127명으로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집에만 있는 노인은 60만명으로 전체의 10%에 달한다.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은 60만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40%에 이른다. 굳이 왕진의 대상자를 따진다면 이들 노인과 장애인이 우선순위에 들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2월부터 2년 일정의 '왕진수가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의료기관외 진료를 가능케 한 법적 기반 위에 건강보험 재정으로 왕진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병원이나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받는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통합돌봄)에서도 왕진은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로 꼽힌다. 

방문의료 성과대회에서는 다양한 왕진사례들이 발표됐다. 그리고 하나같이 진료외에 환자에게는 지역사회 자원 연결을 통한 맞춤서비스 제공이 필요하고 왕진이 이것들을 찾아내는 '첫 만남'이라고 생각했다.

방문의료사업 이용자들은 장애인주치의, 방문간호, 장기요양보험 같은 의료서비스외에도 활동보조인, 요양보호사, 보호장구 수급, 도시락 제공, 주택개조 등의 사회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왕진의 최종 목적이 '건강한 몸이 아니라 건강한 삶'이라고 했을 때 이런 사회서비스 제공자들이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해 놓는 것은 왕진의 충분조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들 서비스 제공자들이 한 곳에 환자의 모든 것을 기록해 놓는 '왕진전용건강수첩'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왕진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방법과 어떤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돼야 한다. 지역의 인구구성, 자신이 속한 지역의 노인, 장애인, 경제적 취약계층 파악이 먼저일 것이다. 지역의 복지관, 재가요양센터, 약국, 병원, 공동가정, 공공기관과 정례화된 사례회의를 가져야 한다. 회의를 통해 재택의료서비스가 절실한 이들을 적극 찾아내고 해결의 선례를 남겨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왕진수가시범사업에 의원 외에 한의원, 치과의원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다만 한의원과 치과의원이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전제도 달았다. 한의의 경우 장애인주치의사업을 통해 수요를 확인했고 효과도 어느 정도 보여줬다. 정책당국이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지점이다. 치과는 간단한 처치나 예방적 관리에 더해 전문적인 치료에는 이동식 전문도구와 운반용 차량이 필요하다. 서비스를 내놓으라고 하려면 이런 인프라에 드는 비용 지원도 고려 대상일 것이다.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닌 환자 상태의 전반적인 개선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도구도 마련돼야 한다. 이날 보고대회에서는 인지, 이동능력, 자기돌봄, 어울림, 일상생활, 사회활동이 측정지표로 소개되기도 했다. 

▲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회장 경창수)는 11월 9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6개월 동안 실시한 '방문의료사업 보고대회'를 갖고 지역사회 여러 왕진사례를 발표, 공유했다.

김기태 newcitykim@gmail.com

<저작권자 ©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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