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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유행에서 고려해야 할 인권 문제

기사승인 2020.03.06  11: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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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재중(인권의학연구소 이사)

언제 끝나지 모르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나라 전체가 어수선합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 유행으로 우리 사회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모임, 회의, 집회 등 모이는 행위 자체를 기피합니다. 마스크 수급이 사회 현안이 되어 정부 비판의 주요 소재가 됩니다. 의료 현장은 피로와 탈진이 누적되어 언제까지 버틸지 아슬아슬함이 이어집니다.

사회적 요동 속에서도 현재의 정책, 과정, 사회 분위기를 인권의 잣대로 평가해 볼 필요는 충분합니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이 전염병 유행은 이제 일상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보다 성숙한 대응을 위해서 전염병 유행 과정에서 짚어야할 인권 문제를 점검해 봅니다. 

첫째, 강제격리와 강제치료의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질병 치료 여부와 방법 선택은 당사자의 '자기 결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하겠지요. 아무리 좋은 방법도 당사자가 거부하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습니다. 예외가 있는데 정신질환과 전염병의 경우입니다.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상당히 신중해야 합니다. 우선 질병 치료에서 강제적인 수단은 반드시 법적 근거와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최소 기간으로 한정하고, 기본권을 제한하는 만큼 경우에 따라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전염병 확진자가 발생하면 접촉자 파악을 위해 개인 정보에 해당하는 환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동선 공개는 방역에 필요한 선에서 장소, 시간 등 최소 내용에 제한해야 합니다. 적절성 여부에 대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지자체마다 공개 방식이 다른데 이를 통일할 필요도 있습니다. 정보 수용자 입장에서는 필요 정보만 확인하면 될 듯합니다. 왜 저기를 갔냐, 저기서 뭘 했냐, 누구를 만났냐는 등 불필요한 내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셋째, 전염병이 유행하면 모두 긴장하고 경계하는데, 지나치면 혐오와 낙인이 등장합니다. 환자와 접촉자에 대한 혐오가 등장하고, 관련 있는 특정 국가, 특정 지역,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배제 시도도 나타납니다. 심지어 전염병을 치료하는 의료진과 그 가족들도 대상이 됩니다. 질병 자체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되겠지만 전염병 유행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혐오보다 연대기 더 필요할 듯합니다. 

넷째, 전염병이 유행할 때는 누구보다 장애인, 노인, 이주민 등 사회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들의 의료접근성을 보장하고 이 과정에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폐쇄되고 밀집 생활을 해야 하는 시설 환경은 전염병 전파를 용의하게 하므로 특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근본적으로는 탈시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19 유행도 끝나겠지만 이 과정에서 남긴 문제들은 꼼꼼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권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앞으로 발생할 새로운 유행에 대비하여 인권 친화적인, 인권 수용적인 방역 패러다임의 구축을 희망합니다. 

백재중 jjbaik99@gmail.com

<저작권자 ©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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