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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우리 사회

기사승인 2020.03.12  13: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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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철(벧엘의집 담당목사)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대구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연일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여 전 국민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했었는데 다행히 확진자가 급감하면서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다행스럽지만 이번 코로나19의 광풍은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나만 살아보겠다고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마스크를 매점매석하여 폭리를 취하거나, 마스크를 판매다고 해 놓고는 돈만 가로채는 사건도 일어나고, 인증도 받지 않은 불량 마스크를 의료용 마스크로 둔갑시켜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디 이뿐이랴. 정치권에서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하기 보다는 당리당략에 빠져 도리어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다. 입만 열면 그렇지 않아도 방역과 치료에 정신이 없는 정부의 실수를 꼬투리 잡아 책임을 추궁하는 발목잡기식의 행태로 우리를 더욱 지치게 했다.

그뿐만 아니다. 사회가 어려우면 함께 힘을 모아도 부족한데 혐오와 배제, 증오로 인해 더 많은 상처를 주기도 했다. 이런 혐오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중국인에 대한 혐오와, 신천지라는 특정 종교집단에 대한 사회적 이지메와 폭력이다. 분명하게 밝히지만 나는 정통 기독교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사로 신천지를 이단 사이비 종교집단으로 여긴다. 그리고 신천지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법과 절차에 따라 처벌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 사회가 신천지 신도들을 혐오와 배제, 증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또 하나의 사회적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인해 코로나19가 대구경북지역으로 확산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인종이나 국가, 종교를 가리지 않으며, 그러한 집단감염은 학교, 군대, 종교단체 등과 같이 사람들이 밀집되어 생활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신천지 교인들이 의도적으로 코로나19를 전파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그들을 증오하고 혐오하는 것은 사회가 저지르는 집단적 폭력이 아닌가?

 

다행히 한국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신천지 교인들에 대한 극단적 혐오와 사회적 낙인찍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 역시 건강한 모습은 아닙니다. 대다수의 신천지 교인들은 이번 사태의 피해자들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거짓 이단사교집단인 신천지의 피해자들입니다. 혐오와 낙인은 이후 신천지 교인들이 시민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회복하는 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 조화와 포용의 윤리를 증진시키는 일에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특정 대상을 향해 분노를 느끼고 미움이 싹트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분노가 우리가 세월을 이기며 힘겹게 쌓아올린 보편적 인권의 가치와 민주적 질서를 해치지 않도록 거듭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서 타인에 대한 혐오와 낙인을 거두어 주기를 한국교회와 시민사회에 간곡히 요청합니다. 그 누구도 혐오하지 마십시오. 혐오는 우리 자신의 인간성마저 망가뜨리는 가장 위험하고 오래된 집단감염증입니다. … 이제 한국교회는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는 왜곡된 신앙의 위험을 끊임없이 성찰하며 생명을 살리는 건강한 종교로서 사회적 책무와 순기능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코로나19사태와 신천지에 대한 한국교회 입장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쌓아올린 보편적 인권의 가치와 민주적 질서를 해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혐오는 특정집단을 병적이고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는 부정적 관념과 편견에서 비롯되어 차별을 조장하는 효과를 갖습니다. 특히, 감염증에 대한 공포와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특정 집단의 책임으로 돌리는 혐오표현은 현 사태에 합리적 대처를 늦출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대상 집단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증오를 선동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어 우려스럽”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천지의 포교활동이나 운영상에 위법한 부분이 있다면 법이 정한 테두리에서 처벌받도록 하면 된다. 다만 신천지 신도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신상을 공개하고 혐오의 대상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하지만,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고 했던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의 말처럼 지금 우리는 신천지 신도들을 향해 저질러지고 있는 혐오와 배제, 집단적 증오의 폭력에 맞서 멈추라고 해야 한다. 신천지 또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가와 사회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모두가 마음을 모아 코로나19를 잘 극복해 나가야 할 때이다. 누구를 배제하고 혐오하고, 자신들의 집단 이기심에 사회를 분열시키고, 꼬투리잡기 식으로 정쟁만 일삼는 정치행태, 나 혼자만 살겠다는 이기심은 도리어 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뿐이다.

우리 모두 이성을 되찾아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뉘밀러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처음에 그들은 공산주의자들을 잡아갔다. 하지만 나는 침묵했다. 왜냐하면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그들은 유태인들을 잡아갔다. 하지만 나는 침묵했다. 왜냐하면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엔 노동운동가들을 잡아갔다. 나는 이때도 역시 침묵했다. 왜냐하면 나는 노동운동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엔 가톨릭교도들을 잡아갔다. 하지만 나는 침묵했다. 왜냐하면 나는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나를 잡으러 왔다. 하지만 이미 내 주위에는 나를 위해 큰 소리로 외쳐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침묵하는 순간 내가 그 자리에 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사회를 향해 더 이상 폭력은 안 된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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