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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 걸요

기사승인 2020.05.20  1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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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숙 / 느티나무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글쓴이 : 임재영(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느티나무의원 원장)

 

사실 책 제목에 혹해서 책이 나오자마자 구해서 읽었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 정말 아무 정보도 없이 가벼이 읽다가 펑펑 울었습니다. 제 경험과 맞닿는 부분이 너무 강렬해서 책의 다른 부분은 따뜻하게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임재영 선생님 책이 상품으로 걸린 느티나무 봄 나누기 이벤트에 덜컥 응모하여 당첨됐습니다. 책 소개를 부탁 받았을 때 흔쾌히 하겠다고 했지만 다시 읽은 후 객관적으로 소개하려니 어려워서 이 책을 읽으며 제가 했던 생각들을 적기로 했습니다.

 

간단한 책 내용을 소개하자면, 앞부분은 선생님께서도 마음이 아프셨다는 것과 그래서 정신과를 선택하시고 정신과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추기 위해 마음 아픈 사람들을 찾아 나서셨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습니다. 중간 부분은 ‘찾아가는 고민 상담소’ 트럭을 마련하고 운영하시면서 있었던 일을, 마지막 부분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과정과 행복을 공부하며 알게 된 “알짜 정보(?)”를 공개하셨습니다.

우선 책을 읽으며 사연이 쌓여가고 그 사연과 고민들을 다 들어주지 못 해서 미안해하실 때 선생님은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 굳이 자신의 일이 아닐 수도 또는 아니어도 되는 일에 책임감을 느끼시는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이 삶을 살아내고 있어 든든하고 감사했습니다.

두 번째는 “확인하며 잘 듣기”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말이 많고 속이 그리 단단하지 못해 마음에 풀썩풀썩 한바탕 먼지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못 할 때가 많아 요즘 반성 및 행동수정 중이었습니다. 임선생님은 ‘역지사지’를 넘어 ‘마음을 비우고 있는 그대로 들어야’하며, 내가 그 사람의 상황이나 감정을 전달하고자 하는 대로 이해하거나 느꼈는지 확인하며 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잘 될지 모르지만 저의 마음을 비우고 그 사람의 감정과 욕구를 직접 물어 확인하며 들어야겠습니다. 타인의 감정을 잘 듣기 위해선 제 마음이 풀썩거릴 때 ‘감정’을 잘 들여다보며 분류하고 명확하게 하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이 또한 임선생님께서 제시하신 방법입니다.

그리고 좀 쑥스럽지만, 이 책 읽다가 펑펑 울어버린 대목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와 상담하신 부분입니다. 제 아이는 임신했을 때부터 추가 검사하면 정상(?) 범위 끝에 간신히 드는 아이였습니다. 치료실과 병원, 심지어 교육기관에서도 저 역시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엄마가 특수교사라서 얼마나 다행이야.”입니다. 물론 저도 모호한 순간에 ‘설마설마’하며 좀 게으름을 피우다 병원에 갔고 여지없었습니다. 엄마이자 특수교사로서 아이를 대했습니다. 직업이 아이에게 정말 도움이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엄마로서 따뜻해야 할 때 아이의 인정욕구를 이용해 특수교사처럼 집요하게 기능을 습득시켰고, 어른으로서 단호해야 할 때 ‘이 성향인 아이라면 이 정도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일반 아이들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서 아이의 발달을 저해하지 않았나 후회도 합니다. 그래서 <아빠가 정신과 의사라서>와 <우리 애도 아파요>에서 정말 많이 울었네요. 저도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었던 순간마다 엄청 아팠습니다.

아이를 두고 잘 걷고 뛰기만, 줄넘기만이라도, 공교육 제도 안에 있기만... 이러다가 요새는 “직업이 학생이면 수학 문제집 좀 풀어라.”하는 저를 봅니다. 제게 임선생님의 행복을 키우는 기법을 적용해 봅니다. 제가 선택할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자식, 제 성격에 매달리지 않고 받아들여 지금 여기에 충실하겠습니다. 맥 빠지는 순간엔 감사하고 즐거운 것도 많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손에 꼽아 봅니다. 평생 지속할 수 있는 목표를 찾아 “콩나물에 물 주듯이”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김종필 philodada@gmail.com

<저작권자 ©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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