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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홈리스를 살려내라! 진료 사각지대 양산하는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전면 개편하라!

기사승인 2020.10.17  20: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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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숙인 의료지원체계의 문제로 진료사각에 처한 중증 암환자 ‘ㅇ’씨, 복지부가 치료 대책 마련해야! 

- 노숙인 1종 의료급여의 선정기준 완화, 진료시설 지정제 폐지로 제도 포괄성 대폭 확대-지자체에 대한 책임전가 중단해야!


거리홈리스의 암치료 가로막은 보건복지부의 노숙인 의료지원체계 

지난 9월 28일, 부산에서 노숙을 하던 거리홈리스 ‘ㅇ’씨가 암 진료를 받기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ㅇ’씨는 올해 초부터 통증이 심해 일을 하지 못했고, 결국 2개월 전부터 부산역에서 거리 노숙을 하게 되었다. 부산시의 한 거리노숙인 지원기관은 ‘ㅇ’씨를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에 진료연계하였고, ‘ㅇ’씨는 피부암이라는 진단과 함께 해당 병원에서는 수술이 불가하다는 소견을 듣게 됐다. 담당의는 서울 소재의 병원 두 곳을 추천하며 치료를 권했고, 부산의 시설은 ‘ㅇ’씨를 서울로 보낸 뒤 서울시의 한 거리노숙인 지원기관에 지원을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서울의 시설은 상황을 서울시에 보고하였지만, 시는 ‘ㅇ’씨가 부산시민으로 등록돼 있다는 이유로 지원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결국 ‘ㅇ’씨는 서울에 도착한 지 하루만인 다음날 29일,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현재 ‘ㅇ’씨는 부산소재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채 어떠한 전문적인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통증이 심해 제대로 말조차 하기 힘든 ‘ㅇ’씨는 신속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거리홈리스지원의 주체인 부산시와 서울시는 이런 시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핑퐁게임’에 몰두하며 그 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필연적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노숙인 의료지원체계’가 자리하고 있다. 


진입 장벽 높은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줄어드는 수급자

현행 노숙인 의료급여제도는 노숙기간이 3개월 이상임과 동시에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거나 6개월 이상 보험료가 체납된 사람을 그 대상으로 한다. ‘ㅇ’씨는 노숙 2개월차에 건강보험이 유지되고 있어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가 될 수 없다. 이렇듯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제도의 진입 자체가 어려운데다, 수급자가 된다 하더라도 거리홈리스에 대한 보장기간은 20일(연장 시 30일)에 불과하다. 이처럼 노숙인1종 의료급여제도는 신규 홈리스를 배제하고 “노숙인 등”의 정체성과 무관한 건강보험 상태를 조건으로 삼는데다, 지역별로 편중이 심한 노숙인 시설을 신청통로로 하는 등 여러 진입장벽을 두고 있다. 이렇듯 노숙인 의료급여에 대해 엄격하고도 소극적으로 대처한 복지부의 노력은 빛을 발하고 있다. 노숙인 의료급여 수급자는 2015년 903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8년 502명, 2019년 428명으로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현재 17개 광역지자체 중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가 있는 곳은 서울(420명), 부산(4명), 경기(3명), 전북(1명)의 4개 지자체에 불과, 이중 98.1%가 서울지역에 쏠린데다 여성은 고작 4명(모두 서울)에 불과하다. 


팬데믹 시기 병원 진입의 걸림돌이 되어버린 노숙인 1종 의료급여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타 의료급여 수급자들과는 달리,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곳만을 이용할 수 있다. 3차 병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1차와 2차 진료시설을 거쳐 ‘의료급여의뢰서’를 발부받아야만 한다. 이 때문에 당장 몸이 아프더라도 병원을 선택할 권리가 없어 먼 곳에 위치한 병원을 이용하거나 아예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ㅇ’씨가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가 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현재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돼 있는 곳은 2020년 10월 7일 기준으로 278개인데, 이 가운데 224개소가 수술이나 입원 등 적정 치료가 불가능한 보건소이다. 병원급 이상 노숙인 진료시설은 몇 안 되는 국공립 병원 뿐으로, 가장 많다는 서울시조차 고작 9개소에 불과하다. 그나마 현재는 상당수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되어 타 질환에 대한 입원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다. 


책임 전가를 유발하는 지자체의 노숙인 의료지원

이처럼 제한적인 노숙인 의료급여 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 또는 의료급여 수급을 받지 못하는 ‘노숙인 등’에 대해 지자체 차원에서 의료비 예산을 확보하여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의 책임과 그에 따른 예산 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이런 방식은, 지자체 간 의료지원의 책임을 두고 핑퐁게임을 벌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ㅇ’씨의 사례는 이 같은 양상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시는 ‘ㅇ’씨가 행정상 등록된 주소지가 부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료지원을 거부했다. 지자체가 의료비를 일방 부담하는 현 구조가 시급한 치료를 요하는 암환자의 적절한 진료기회 박탈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2019년 서울시 노숙인 시설 취침 및 입소자 정원만 보더라도, 종합지원센터와 일시보호시설은 1,031명, 노숙인 자활시설은 955명으로 약 2,000명이다. 그 중에 의료급여 수급자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단 420명으로 나머지는 지자체가 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생명 먼저 구하라! 노숙인 1종 의료급여 개혁하라! 

‘ㅇ’씨는 중증 암질환으로 대화와 앉아 있기 조차 힘든 상황에서 치료를 위해 홀로 서울행 열차에 올랐다. 최극단의 빈곤과 중증 질환이라는 절망의 조합에도, 부산에서는 더 이상 치료할 병원이 없다는 상급 종합병원의 선고와 같은 진단에도 살기 위해 서울행을 택했다. 그러나 보장하기보다 뱉어내기 위해 존재하는 노숙인 1종 의료급여가, 병마와의 사투로 망신창이인 이에게 출신을 묻는 서울시의 한가로운 행정이 그의 희망을 꺾어버렸다. 정부와 지자체, 지자체와 지자체 간  진료 책임을 전가하는 패악한 노숙인 의료 제도가 그로부터 치료받을 기회를 빼앗아가 버렸다. 살고자 하는 이에게 치료받을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사망을 방조하는 것이다. 치료할 권한이 있음에도 이를 행사하지 않는 것은 죽임에 가담하는 것이다. 사람 먼저 구하라. 복지부는 ‘ㅇ’씨에게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권을 즉시 부여하고, 진료 가능한 서울지역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관리감독하라. 또한  ‘ㅇ’씨와 같은 피해자가 또 다시 생기지 않도록 노숙인 1종 의료급여의 접근성과 제도 포괄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마침, 향후 3개년 간 적용될 노숙인복지종합계획이 내년 수립될 예정이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소멸 일로에 놓인 노숙인 1종 의료급여에 대한 대수술 계획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

2020. 10. 14.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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