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보는의료 사진이야기』, 방문의료연구회
▲ 안경을 이용한 모니터 사용 및 직접 구상한 재활기구 |
평소 의료사각지대에 관심이 많았던 난 돌보는 의료, 즉 방문의료에 관한 아카데미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 속에서 설명을 들었지만 실제로 느끼는 것은 다를 거라 생각하던 참, 동행의 기회가 생겨 흔쾌히 현장으로 방문하고자 했다.
방문진료의 날이었다, "지금 만나는 분은 어떤 상태인가요?" "쉿...!" 계단을 오르던 중 방문간호사 선생님께서 조금 이따 설명을 해주신다며 양해를 구했다. 환자의 집에 가까워 지다 보니 혹시나 환자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실까 주의를 한 것이었다. 괜스레 그런 배려조차 잊고 있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아버님 잘 지내셨어요?" 의사 선생님의 첫인사로 방문진료가 시작되었다. 아버님의 근황을 물으며 차근차근 조심스레 혈당, 혈압 등 전반적인 활력징후를 체크하는 간호사 선생님의 손과 입이 바삐 움직였다. 가벼운 검사들이 진행되는 도중 나는 집안에 들어왔을 때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어찌 이렇게 방을 만들었을까? 각각의 철골 구조물들과 복합적인 기계들이 어우러져 아버님만의 장소를 만든 것이다.
가장 눈에 먼저 띈 것은 당연히 아버님의 모니터 화면과 뭔지 모를 아령을 걸어둔 요상한 기계였다. 안경을 쓰신 아버님은 고개를 요리조리 돌려 마우스 조절을 할 수 있었고, 모니터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관련 창을 띄워놓고 계셨다. 또한 요상한 기계라 표현했던 것은 재활을 도와주는 기계였는데 공기 압축펌프 형식으로 무릎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버튼만 누르면 작동되는 신기한 재활치료기구였다.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나중에 선생님께서 말씀하길 아버님은 뇌출혈로 쓰러지셨었고, 하반신을 비롯해 전신이 거의 마비가 된 상태라 하셨다. 그 후 제약회사 측과 카이스트 박사님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아버님을 도우려 나섰고, 그 결과 안경에 센서를 달아 모니터를 보며 마우스로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아버님의 생활에 날개를 달아드린 걸까? 버튼을 눌러 작동하는 재활기구를 만든 것도 아버님이 구상하여 생활지원사분의 도움을 받아 제작하였다고 하셨다.
이 동네의 스티븐호킹이 자신이라며 함박웃음을 짓던 어르신을 보며 복잡미묘한 감정이 올라올 때쯤 아버님께서 입을 떼셨다. "로봇을 만들고 싶어요" 그 말을 들은 방문의료팀 모두 다시 귀를 기울이니 로봇을 개발해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사람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고 하셨다. 이때 느꼈다.
긍정적인 삶을 만들어 자신이 처한 상황과 환경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남을 더 도우려 하는 모습을 보니, 어쩌면 우리는 모두 건강함에 숨어 일상을 당연한 권리처럼 생각하던 게 아닐까. 나 또한 아버님의 삶의 방식을 배움으로써 어느 환경이든 나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또 한 번 느낀다.
방문 진료, 그것은 선순환의 길이 아닐까 ?
허고겸 동국대학교 간호학과/2023 (예비)보건의료인 <방문의료 동행>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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