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보는의료 사진이야기』, 방문의료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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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눔의 새끼가 우리가 못 보는 걸 다 알아요."
장애인 진료를 다니다 보면 혹시라도 말 한마디에 상처를 줄까봐 늘 조심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일 년째 방문하는 시각장애인 부부가 있다. 그 집에는 천둥이라 부르는 강아지가 살고 있는데 외지인을 경계하는 천둥이가 언제부턴가 갈 때마다 방문진료팀에게 달려와서 안긴다. 천둥이는 먹는 것을 하도 밝혀서 함께 사는 조이라고 하는 구관조가 먹던 과일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어 먹으려고 새장 속으로 혀를 낼름거리다 그만 조이에게 물려 피가 철철 나서 병원에 가서 응급으로 꿰맨 적이 있다. 얼마 전 일을 다 까먹고 지금도 호시탐탐 새장 속으로 혀를 낼름낼름거리는 멍청한 천둥이다.
지난 번 방문 때에는 주인이 우리에게 천둥이에 관한 최근의 에피소드를 들려 주었다. 최근에는 주인이 오라 해도 천둥이가 말을 잘 안 들어서 동태를 확인하려고 목에다 방울을 달아 두었는데 먹을 것 줄 때는 쏜살같이 달려오는데 사고 쳐서 혼내려고 하면 방울 소리 안 내려고 살금살금 도망 다닌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눔의 새끼가 우리가 못 보는 걸 다 알아요" 시각장애인 주인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천둥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 팀은 어느덧 장애인과 한 가족으로 동화되고 있음을 느끼며 우리 모두는 속으로 아주 흐뭇하였다. 그래도 장애인분들을 대할 때면 늘 조심스럽다.
남성문 베스트의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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