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보는의료 사진이야기』, 방문의료연구회
▲ 시흥 소래산에서 바라본 석양 노을. 퇴근하면서 보는 노을이 참 아름답다. |
야외, 구름, 나무, 하늘은 진료실, 업무, 컴퓨터, 병실 바닥이 대비된다. 명과 암이 교차되는 낱말이다. 그런데 왕진은 이 두 가지가 함께 공존한다.
레지던트 시절, 보건학 석사과정 시작할 때, 한 은사님의 말이 기억난다. "환자 집의 숟가락 갯수가 몇 개인지 아는 의사가 심의라네. 심의는 심안(心眼)을 지니고 있어야 환자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지. 명의보다 신의, 신의보다 심의가 더 경지에 이른 의사라네"라고 하시며 “자넨 평생 의업의 목표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하셨다. 닥터 노먼 베쑨에서 읽은 글이 생각이나 이렇게 대답했다. " '소의는 병을 고치는 의사를 말하고, 중의는 사람을 고치는 의사 그리고 대의는 사회를 고치는 의사 ' 모두 소중한 목표지만, 저는 대의가 되고 싶습니다."
사회를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무수한 세월을 보냈지만 테레사 수녀의 말처럼 "여러분은 한 번에 한 사람만을 구할 수 있으며, 우리는 한 번에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는 말이 문득 오늘 떠오른다.
왕진을 가면 대문에 들어가는 순간, 오감 - 집의 냄새, 어지럽게 널부러진 집기 광경, 골목아이들의 웃음소리, 반갑게 건내주는 할머니의 박카스 맛. 이 모든 것이, 환자 가족들의 머릿 숫자와 숟가락 갯수를 파악하는 것이, 심의의 시작일지 모른다. 대의보다는 심의가 되는 것이 소박한 의사에게는 현실이다.
세상을 구하기 전에. 1시간에 1명씩.
이번주 9명의 왕진환자를 보았다. 외래에서 볼 수 있는 여러 혈액검사와 X선 촬영이 없으니 문진과 시진, 청진에 더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치매와 척추협착증과 고혈압, 당뇨와 그 합병증으로 인한 무시무시한 불면증, 통증, 심장과 뇌 혈관의 합병증들. 어릴때 부터의 듀센형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이라는 유전질환으로 평생 ‘간이인공호흡기’를 달고, 외출도 못하고 집에 있어야 하는 20년 병상에 누워있는 청년을 보았다.
날씨부터 이야기 하고, 오늘 기분은 어떠신지 살피는 중에 할머니는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거친손으로 부여잡고, 유전병을 앓는 청년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신다. 왕진을 하면서 PHQ-9 , BDI 등의 우울증 설문지는 사치임을 깨닫는다.
금요일 오후 다시 진료실로 돌아와 내주에는 2차 방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정간호사, 사회복지사, 치과위생사 선생님들과 왕진하는 날의 동네 골목길, 구름과 하늘 날씨, 지나갈 왕진차 동선을 그려보고 있다.
홍승권 록향의료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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