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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지하철에 경악한 일본 첫날 좌충우돌 이야기.

기사승인 2017.10.04  14: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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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의련 잼버리 참가기 2

출발 당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전날 꾸려놓은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사방이 어두컴컴한 이른 새벽이었다. 리무진을 타고 김포공항으로 가는데 나처럼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지 버스가 만석이었다. 공항에서 일행들을 만나 서로의 짐을 챙기며 빠진 것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예정된 시간에 비행기에 탑승했다. 어찌된 일인지 비행기도 만석이라 우린 뿔뿔이 흩어져 앉을 수밖에 없었다. 두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 덧 활주로를 타고 지상에 상륙했다.

 

일본어로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하는 스튜어디스들을 보며, 여기가 말로만 듣던 일본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우리 일행 중에 나만 일본이 초행길이라 든든히 이들을 믿고 왔다. 유심칩 교환부터, 지하철 탑승까지 모두 이들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혼자 어리버리했을지도 모른다. 사전에 일본행을 계획할 때 첫날은 우리끼리 자유여행을 하기로 얘기가 돼있었다.

 

잼버리 첫날은 원래 매번 민의련 측의 도움을 받아 일정을 소화해왔었지만, 민의련 행사가 따로 계획되어 있던 터라 젊은 혈기로 우리끼리 도쿄 여행에 나섰다. 도착했을 무렵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우리가 본격적으로 여정을 시작할 때쯤 비가 그쳐 하늘이 도왔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숙소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길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노선이 여러 개, 각 노선이 모두 민영화 되어있어 요금을 따로 내야하는 등 번거로움이 많았다. 민영화의 특성을 반영하듯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돈으로 2000원~ 3000원은 기본이었다. 하루 동안 몇 번 타지도 않았는데 교통비만 1인당 2만원은 들었던 듯. 지하철을 타며, 지하철만큼은 민영화되지 않은 한국의 상황이 더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어찌 숙소에 도착하고 짐을 맡긴 다음, 관광지들을 찾아나섰다. 

 

첫 관광지는 개인적으로 필자가 꼭 가보고 싶던 스카이트리였다. 450m 높이의 타워에서 내려다 본 도쿄 시내는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한국의 아파트들과 달리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단독 주택들이 눈의 띄어 정겨움을 더했다. 세계적인 관광지답게 한국어로 된 안내서도 준비돼 있었고, 한국어로 안내하는 직원도 우릴 반갑게 맞아주었다. 첫 관광지에서 멋진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다음 행선지는 ‘아사쿠사‘ 라는 도쿄의 가장 큰 사찰이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물과 썰물을 반복하듯 들락거렸다. 인도의 양 옆엔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관광객들을 향해 손짓했다. 인도의 마지막에 다다르자 웅장한 사찰이 모습을 드러냈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자신의 소원을 빌고자 하는 사람들로 인근이 북적거렸다. 우리도 준비된 동전을 던지며 각자 소원을 빌었다. “우리 가족 건강하게 쿠다사이“ , ”모든 일 잘 되게 쿠다사이“를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 거대한 사찰과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인상적인 아사쿠사

 

다음 행선지는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시부야’로 가기로 하고 무작정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분명 중간에 지하철을 갈아타야하는데, 갈아타야 할 정거장을 무작정 지나치는 것 아닌가. 우리가 잘못 탑승한 것을 직시했을 즈음, 이 열차는 하네다 공항까지 갈 것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하네다 공항역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지하철 요금을 내야하는 안타까움에 승무원에게 열차를 잘못타서 여기까지 왔노라고 사정사정했다. 우리처럼 잘못 타는 사람이 많은지, 승무원이 친절하게 비표 하나를 주더니 반대쪽 가서 내고 타라고 알려주더라. 오 상큐! 결국 가고자 했던 ‘시부야’는 못가고, 우리의 일정과 통역을 담당해주실 황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긴자‘ 로 선회했다(황 선생님에 대한 얘기는 다음 편에 첨부하기로 한다).

 

‘긴자’ 는 앞선 관광지에 비해 굉장히 도시스러웠다. 네온사인들이 반짝였고, 일대를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범상치 않았다. ‘긴자’에 온 목적은 황선생님의 조언대로 교통회관 건물에서 유명하다는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고로케를 먹기 위함이었다. 교통회관은 도쿄에서 안테나숍이라는 각 지역 특산품점이 모여있는데, 특히 훗카이도 특산품 가게에서 파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유제품이 빚어낸 예술에 경지였고, 야채들의 향연 고로케는 한국 고로케와 달리 부드러우면서도 맛깔스러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어렵사리 상점을 찾아 감격적인 맛을 느끼며 찾아오길 잘했다는 안도감에 어쩔 줄 몰랐다.

 

현재 시각 저녁 7시. 새벽부터 일정을 소화하느라 휴식이 좀 필요했던 터였다. 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잠시 휴식을 했다가 황선생님의 호텔 도착에 맞춰 한 잔 하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다들 피곤했는지 황선생님의 도착 소식도 모르고 꿈나라로. 결국 나만 겨우 눈을 떠 피곤해서 한 잔 못하겠노라고 전하고 다음날 아침을 기약했다. 내일은 신칸센을 타고 후쿠시마로 가는 날이다. 

 

창밖으로 비친 도쿄의 밤. 윤동주가 바라봤던 일본 밤하늘도 내가 바라본 별헤는 밤과 같았을까. 

이준수 기자 loverjunsu@gmail.com

<저작권자 ©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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