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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 일기

기사승인 2018.09.01  19: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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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 일기

                                       2018.5.3. 김종희

똑바로 걸었다. 1년 반 동안 요양원 거실에서 왼쪽으로 기울어 쓰러질듯이 걷던 분이 어느날 갑자기 똑바로 걸었다.

어떻게 불편한지 여쭤봐도, 자신의 몸 상태를 말로 표현 못하는 60대 중반 남성. 오래전 뇌경색으로 인한 후유증 때문에 좌측으로 기우는 줄로만 생각했었다. 1년 반 동안.

새로 부임한 간호사는 야간 당직 요양보호사에게 물었다. 수면 중에 끙끙 앓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아침에 깰 때는 우측 다리를 잡고 울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생활 특성은 거실을 하루 종일 조용히 자신만의 세계로 빙글빙글 무한 반복해서 걷는 것이다. 그리고 밤새 끙끙 앓고 아침에 깨서는 운다.

"다리가 아픈데 통증 약을 처방해보면 어떨까요?" 간호사가 제안할 때도, 왼쪽으로 쓰러질듯 걷는 이유가 하지 통증인줄 몰랐다. 통증 조절을 위해 처방한 약 복용 1주일 후, 그는 똑바로 걸었다.

몇 달 전 새로 오신 간호사의 평범한 생활 관찰과 문진. 왜 그럴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밤새 그는 어떻게 자고 깼을까.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탐구하는 마음을 요양보호사와 수다를 나누며 치료법을 찾아낸 것이다.

특정 질환 과거력에 기대어 쉽게 환자로 규정하는 경솔한 자세. 기울어져 걷는 사람을 둘러싼 요양보호사, 간호사와 협업하지 못한 머리속 지식. 눈 귀 입 마음으로 다가간 간호사에게 잘 배웠다. 판단 중지와 수다 협업을.

출처 https://www.facebook.com/groups/721838158025983/permalink/810921459117652/

건강미디어 mediahealth2015@gmail.com

<저작권자 ©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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