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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직원들은 검색 대신 주치의를 찾았다

기사승인 2019.06.29  09: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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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의련 주최 의사 방담..."3~40대가 주치의제 가장 좋아할 것"

주치의제가 다시 보건의료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가정의학회는 지난 5월 23일 주치의제 선포식을 갖고 "급속한 노인 인구와 만성질환의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막대한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의 부담을 줄이고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기 위해" 주치의제 도입이 당면 과제임을 밝혔다. 이날 선포식에 자리를 같이 한 소비자단체 중 한 곳인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박인례 공동대표는 "주치의제는 질병의 치료보다 예방과 위험 요인 관리, 의료소비자 중심의 의료전달체계 구축과 지역사회 자원의 재조직"이라며 역할과 의미를 폭넓게 해석했다. 

주치의제가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의사, 환자, 지역주민 모두에게 이로운 제도라는 인식도 점점 호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의료쇼핑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주치의제를 설명하고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사의련)는 주치의제와 일차의료 강화를 지향하는 단체이다. 사의련은 예약등록제와 30분 진료로 대표되는 주치의제 의료기관의 현황과 과제를 들어보는 방담의 시간을 가졌다. 모임은 6월 26일 오후 7시, 불광동 건강혁신살림의원에서 진행됐다.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강정혜) 살림의원 추혜인 원장과 건강혁신살림의원 김신애 원장, 우리동네30분의원 정혜진 원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김신애, 이하 김) 건강혁신살림의원이 예약등록제 주치의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지금까지 160명 이상 환자가 등록해 관리를 받고 있다. 주치의에 등록하려면 예약관리와 상담 등의 명목으로 월 1만 원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의원이 속한 살림의료사협에 5만 원의 출자금을 내면 조합원이 누리는 다른 혜택도 받게 된다. 작년 7월 개원했으니 이제 1년이 됐다. 눈에 띄는 변화라면, 주치의에 등록한 사람들이 자기 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건강에 대한 자기 기준을 세웠다는 것이다. 등록 환자들은 진료 시간 외에도 문자, 전화, 카카오톡으로 의료진에게 질문할 수 있다. 이렇게 상담을 받으면 엉뚱한 곳에 가서 시간과 돈 낭비를 하지 않게 되고 안심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용자는 3~40대가 가장 많다.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도 있고 이런 강제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건강관리를 해보고 싶은 욕구를 가진 분도 있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오긴 하는데 자식들이 등록을 대신 해주면 오래 지속하질 못한다. 주치의 이용은 내 의지를 갖고 하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그만큼 환자들도 건강주권, 건강자치권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

▲ 건강혁신살림의원 김신애 원장.

주치의제는 의사와 환자간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건강혁신살림의원이 현재 하는 주치의제는 12세 미만 어린이는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 전국민주치의제가 실시된다면 모든 세대 구성원들이 적용대상이 돼야 한다.   

1년이 된 지금, 그동안 우리가 진행했던 주치의를 평가하는 기회가 마련된다.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이 5월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주치의 프로그램에 등록한 사람 중에 실험군을 선택해 혈액 검사와 생활 습관, 건강 만족도 설문 조사를 전후로 실시했다. 이는 프로그램을 시작하지 않은 대조군도 조사한 결과와 비교해 변화 양상을 살펴보게 된다. 여기에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3월 26일부터 5월 6일까지 실시한 '자세혁신프로젝트'가 추가적으로 조사에 포함된다. 

(추혜인, 이하 추) 200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주치의 프로그램 제공 유무를 기준으로 의원을 3개 그룹을 나눠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A그룹은 자발적으로 주치의 서비스를 제공, B그룹은 내과와 가정의학과, C그룹은 기타 다른 전문과로 나눠 주관적인 건강 호전의 정도와 만족도 비교 조사였다. 조사결과에서 A그룹은 일차의료 수행성 조사와 건강 만족도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A그룹은 의료협동조합으로 당시 민들레, 안산, 안성, 인천평화의료사협이 참가했다. 

(김) 주치의제가 언급된 건 1980년대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가정의학과 자체가 주치의제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역이다. 

(정혜진, 이하 정) 가정의학과를 처음 정착시킬 때 전문과목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패밀리닥터처럼 모든 전문과에서 일정 수련을 받으면 가능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1세대로 불리는 선생님들이 주치의제에 대한 열망을 갖고 활동했지만 결론적으로 가정의학과가 전문과목이 돼 버렸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변질된 점이 안타깝다.

(김) 주치의가 되려고 하는 것은 모든 개원의의 희망이다. 나에게 오는 환자가 나한테서 어지간한 문제를 다 해결했으면 하는 게 대부분 의사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의료제도와 일차의료에 대한 불신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상담에 대한 수가가 마련돼야 한다. 주치의의 꽃은 상담이다. 환자의 문제를 듣고 설명하고 안심하게 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한데, 이런 부분에 대한 보상이 없다.   

(정) 제도적인 문제외에 의료인들이 사회적인 역할을 소극적으로 설정한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에 의료 시스템이 들어오고 보험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전문가로서 적극적인 참여와 책임감이 부족했다. 보수적인 의료인일수록 목소리가 크다. 제가 사의련에 가입한 것도 같은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과 함께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었다. 제도 개선에 전문가로서 좀더 적극적인 의견을 내야 한다.

▲ 살림의원 추혜인 원장.

(추) 정책 입안자들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주치의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일반 시민들은 의료선택권이 줄어들거나 대학병원을 가고 싶어도 주치의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한다. 닥터쇼핑에 익숙해진 결과다. 주치의제가 왜 필요한지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정) 주치의제가 국민들의 의료 비용을 줄여주고 케어의 효율성을 높여 준다고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 요즘 보면 약사회가 이 부분을 참 잘하고 있다. 

(김) 프랑스처럼 일차의료를 거쳐 제대로 절차를 밟았을 경우, 의료비 환급이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추) 프랑스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2000년대 들어서 주치의제를 만들었다. 프랑스 국민들은 약을 소비하는 행태에서부터 많은 것이 우리와 닮아 있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연구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모델이다. 지금은 주민과 의사들 사이에 신뢰가 깨져 있다. 사람들은 의사들의 말을 믿는 게 아니라, 옆집 아줌마나 인터넷, 멀리 있는 의사 친척을 더 믿는다. 그래도 우리는 협동조합이다보니 조합원들이 솔직하게 어느 병원을 가야 하는지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럼 저도 솔직하게 '그 정도 증상은 큰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물론 연계가 필요한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의사와 병원명을 알려주기도 한다.

(정) 2010년 네이버에 주치의제를 제안했다. 젊은 사람들이 하루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회사다. 아무리 지역기반 주치의 서비스를 강조해도 이들에게 지속적인 진료를 보장하긴 어렵다. 직장내 병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30분 진료를 회사측에 제안했다. 회사는 의원 운영비와 인건비를 직원 복지 차원에서 부담했다. 분당에 세브란스병원이 생기기 전까지 8년 정도 지속했다. 고혈압, 당뇨 등으로 동네의원에서 처방전만 받던 사람들이 1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점검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금연, 다이어트, 커피 줄이기로 약을 끊게 된 사람도 생겼다. 인터넷 회사여서 주치의에 등록한 사람들은 3~40대가 많았다. 이들은 주치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수용도가 높았다. 우리의 방식은 그동안 의료 이용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맞지 않는다. 나중에 현대캐피탈도 사내 주치의제를 실시했는데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직원들이 주치의제를 일종의 팬시 상품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주치의제에 등록한 사람들은 일단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여기저기 헤매지 않고 바로 주치의한테 온다. 불안감만 채우는 인터넷 검색도 이들에겐 필요 없었다.   

우리동네30분의원을 하면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진료하고 있다.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안정적이고 좋은 서비스다. 이제 내원하는 분들이 예약과 30분 진료 시스템에 많이 익숙해졌다. 다른 병원은 못 가겠다는 분도 생겼다. 다만 진료하면서 축적되는 기록을 정리할 도구가 마땅치 않다. 환자들 중에서 자신의 과거 병력, 가족력 등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런 모든 부분을 한곳에 모아놓은 '건강수첩'이란 것을 만들긴 했는데 기록, 관리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의사랑'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전산 시스템이다. 현재 쓰는 프로그램은 '의사랑2000'으로 뒤에 숫자는 연도를 나타낸다. 2000년 이후 업데이트가 된 적이 없다. 의사들이 기존 시스템에 익숙해 변화를 원치 않는 것도 있지만 돈 안 되는 주치의에 민간업체가 개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의사랑에 소아과 앱이 연결되는 방법이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엄마들이 집에서 아이들의 체온이나 상태를 앱에 기록하면 의사랑에서도 볼 수 있다. 주치의제를 위해선 전산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공공이 재원을 투입해 민간 업체를 이끌어야 한다.

▲ 우리동네30분의원 정혜진 원장.

(추) 안산, 안성, 민들레의료사협이 주치의 프로그램을 개발한 적이 있다. 의사랑이 제안을 거절해 비트컴퓨터가 2년에 걸쳐 만든 것이다. 시스템이 안정적이지 못해 사용이 활성화되진 못했다. 안성, 안산의료사협은 2개의 지점이 있다. 이런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해 지점간 건강검진 결과 등을 환자 동의하에 공유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김) 일본에는 자신의 병력, 먹고 있는 약을 기록한 조그만 건강수첩이 있다. 의사가 이것만 보더라도 문제 파악을 할 수 있다. 건강혁신살림의원에서도 건강수첩을 만들었다. 의원의 기록분은 종이 스티커 형태로 붙여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환자 본인의 기록도 수첩안에 있다. 

(사회) 주치의제를 실현하기 위한 많은 시범 사업들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됐다. 일차의료만성질환관리 사업, 장애인 주치의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이에 대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 모든 사업이 검증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였다는 생각이다. 교육이나 포괄 평가, 가정방문 등 실행을 검증하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어 정작 참여하는 의사들 입장에서는 진입장벽이 높다고 느낀다. 장애인주치의 경우, 방문만 하고 청구는 아예 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교육도 없는 상황이다.

(추) 장애인 주치의는 포괄평가를 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만성질환관리사업은 포괄 평가를 안 하더라도 가능하게 문턱을 낮췄다. 정부에서 의사들을 믿지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좀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 시범 사업에서는 참여를 늘리기 위해 편하게 해주고 본 사업에서는 걸러내는 방식을 취하면 좋을 것이다. 

(사회) 커뮤니티케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도 조금만 따지고 보면, 주치의제와 따로 생각할 수 없는 정책이다. 탈시설, 탈병원으로 지역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자는 게 커뮤니티케어의 목적이고 이를 위해선 보건, 의료, 복지가 대상자를 중심으로 통합 제공돼야 한다.

(김) 커뮤니티케어에서 의료 서비스가 중심이 되려면 의사들이 정책을 만들 때부터 적극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들 스스로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인 팀 플레이를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의사가 간호사를, 의사가 물리치료사를, 의사가 약사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의사뿐 아니라 많은 직역들은 환자와 직접 접촉하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소통을 하고 환자의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의사가 문제다. 의대생에게 팀 접근에 대한 교육을 필수로 하고 다른 분야와 실습의 기회도 마련돼야 한다.

(정) 의대생들도 인문사회 교육을 더 철저히 받아야 한다. 의대는 학문적 우월감 같은 것이 있어 다른 직군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 쉽게 본다. 가정의학과는 피부과 개원을 위한 중간다리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사회) 주치의제가 확산되려면 우리의 의료 제도가 변해야 한다. 행위별수가제, 본인부담금, 주치의 자격, 적정 등록 환자수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주치의에 대한 생각을 듣는 것으로 이번 방담회를 마쳐야 할 것 같다.

(정) 주치의는 교과서에 나오는대로 사람이 처음 의료 서비스를 맞닥뜨렸을 때 문지기, 가이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모든 건강서비스를 이용할 때 혼란스럽지 않게 도와주는 존재다. 의료의 효율적인 이용에도 역할을 해야 한다. 주치의를 한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은 정말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추) 일차의료연구회에 따르면 처음으로 접하는 보건의료, 환자와 지역사회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다. 보건의료인과 주민들이 참여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것도 필요하다. 30분 진료처럼 주치의가 시간의 문제는 아니다. 의사와 환자간 관계의 문제다. 
    
(김) 관계가 형성이 되고 신뢰가 쌓이고 그만큼 아는 폭이 깊어져야 한다. '소화가 안 돼요'라고 환자가 말할 때, 만성적인 소화불량인지 암으로 의심해 봐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오랫동안 환자를 지켜봐 온 주치의다. 

▲ 왼쪽부터 추혜인, 정혜진, 김신애 원장. 방담회 참석자들은 "3~40대가 주치의제에 대한 이해와 호응도가 제일 좋은 연령대"라는 데 공감했다.

김기태 newcity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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