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북리뷰]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기사승인 2020.02.13  19:15:18

공유
default_news_ad1

김점식 / 느티나무의료사협 조합원

저자: 수 클리볼드, 역자: 홍한별

출판사: 반비

 

 

저자인 수 클리볼드는 1999년 4월에 발생한 콜럼바인(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두 명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당시 17세)의 어머니다. 또 다른 가해자인 에릭 해리스(Eric Harris)와 딜런 클리볼드(Dylan Klebold)는 이 사건으로 교사 1명을 포함해 13명을 죽이고 21명을 다치게 했다. 가해자 두 명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저자는 아들 딜런이 그 참혹한 학살을 저지를 수 있으리라고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기독교와 유태인의 전통을 따르는 집안에서 자란 그녀는 이웃을 배려하고 폭력을 멀리하도록 아이를 길렀다고 자부한다. 그의 남편인 톰도 아이들과 어울려 야구를 하고 자동차를 고치는 등 자상한 아빠였다. 그런데 그 학살의 날에 딜런은 아무런 징후도 없이 에릭과 함께 참혹한 학살을 감행한 것이다.

이 책은 문제는 조금 있었지만 모범생에 가까운 아들이 어떻게 그처럼 잔인한 괴물이 되었는지를 살피려는 엄마의 처절한 작업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아들과 같은 불행한 살인-자살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실천한 가해자의 엄마로서의 눈물의 호소이기도 하다.

저자는 아들의 학살 행위의 본질이 우울증에 기인한 자살행위였다는 데서 실마리를 풀어간다. 자살하면서 다른 사람이 죽어도 좋다는 심리 상태였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우울증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하고 학살의 기미를 소홀히 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저자는 자살이 좌절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우울증 등이 불러온 일종의 병이라고 한다. 때문에 예방과 관심으로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은 개인적 차원을 떠나 총기 구입이 자유로운 미국의 시스템에도 당연히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저자 또한 미국의 총기 제도에 대하여 물론 비판적 입장이다. 그러나 책 전체적으로는 미국의 총기 제도에 대해 비판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마도 학살의 원인을 다른 데로 돌리면 피해자들의 비난이 더 거셀 수도 있어 피했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피해자들을 향한 저자의 사과는 의심할 여지없이 신중하고 진심으로 믿어진다. 그러나 책에 나온 학살자인 아들을 변호하는 듯한 글과 사진을 본다면, 피해자들은 또 그 비극을 떠올리고 고통을 겪지 않을까 염려도 되었다.

십 수 명을 학살한 가해자의 부모라면 온전한 정신으로 세상을 살기 어렵다. 세상으로부터 도피하거나 심할 경우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도 그런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을 기초로 아들이 겪은 우울과 자살을 이해하면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쓰기로 결심한다. 자살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두려움과 공황 장애를 극복해나간다. 개인적으로는 그 불굴의 의지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십 수 명을 학살한 가해자의 엄마라는 참담한 상황을 보통 사람은 맞닥뜨리기 어렵다. 그 비정상적인 상황을 헤쳐 나가는 경이적인 엄마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김종필 philodada@gmail.com

<저작권자 ©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