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보는의료 사진이야기』, 방문의료연구회
▲ 형의 외출 |
근이영양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정씨 형제가 있다.
형은 73년생으로 학교 다닐 때까지 공부도 잘해서 중앙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인재였고, 또한 항상 농담을 잘하는 아주 밝은 사람이었다. 79년생 동생은 지적장애가 있는 형에게는 항상 아픈 손가락이었다.
정씨 형제의 어머니는 서울에 살고 있었고 아버지가 같은 병으로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아들들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였다.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진들이 방문하면서 지켜본 정씨 형제의 엄마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기도 했다.
작년에 형제의 돌봄을 책임지고 있었던 장애인활동지원사 선생님들은 정말 열성적으로 이들을 돌보아 주었다. 그런데 가끔씩 아들들에게 들른 어머니는 아들들이 좋아지지 않고 더 나빠지고 있다며 이것을 모두 활동지원사 선생님들에게 탓을 돌렸었다. 그렇게 활동지원사 선생님들은 어머니로부터 쫓겨나다시피 일을 그만두어야 했고 서울에 모 병원에 가면 아들들의 병을 낫게 해준다며 작년 겨울 아들들을 병원에 입원을 시키기도 했었다. 올봄 다시 돌아온 이들 형제는 병원에 입원하기 전보다 훨씬 안 좋은 상태로 돌아왔고 새로 돌봄을 하시는 활동지원사 선생님들도 바뀌어 있었다.
형은 “죽고 싶어요, 내가 일어설 수만 있다면 저기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어 불고 싶어요”라며 항상 죽고 싶다는 말을 수없이 하고 있었고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라며 엄마에 대한 원망을 나타내기도 했었다.
그리고 말했었다 “밖에 나가보고 싶어요! 바람도 쐬고 싶고.”
그래서 준비한 '형제의 외출을 위한 프로젝트.'
일단 형제를 휠체어에 태워서 아파트 맞은편에 있는 숲길을 산책하기로 한다.
하지만 형제가 아무리 살이 없다 해도 그래도 남자라서 키도 크고 기본적인 골격도 있기 때문에 활동지원사 여자 선생님들이 휠체어에 태우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방문재활(물리치료사) 선생님 두 분께 도움을 요청했다.
흔쾌히 도와주겠노라 답을 듣고 난 뒤 이번에 휠체어가 문제였다. 형제는 고개를 가누는 것이 힘든 상태여서 목받침이 있는 휠체어가 필요했다. 하지만 형제에게 있는 휠체어는 하나밖에 없었고 그것마저도 균형이 맞지 않아 산책하기에 조금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휠체어를 다른 곳에서 빌려야 했는데 결국 장애인복지관, 장애인협회 등 어느 곳에도 목받침이 있는 휠체어는 없었다. 그래서 형제를 동시에 산책 하기로 했던 계획을 변경하여 동생부터 산책하고 형을 나중에 산책시키기로 했다.
산책하기로 한 당일 아침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지.....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마을건강센터 센터장님, 이렇게 함께 형제를 위한 프로젝트를 무사히 진행하게 되었고 형제도 긴장을 했는지 산책 후 집에 가자마자 바로 쓰러져 누웠다.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형제의 두 번째 외출 프로젝트는 좀 더 업그레이드 해서 준비를 해볼까 생각을 해본다.
윤영애 광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재택의료센터 간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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