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보는의료 사진이야기』, 방문의료연구회
▲ 센터 서비스에 방문목욕이 없어 의뢰를 통해 방문목욕을 하던 첫날 |
젊었을 때는 성질대로 화도 내고 가족들 못살게도 했다는데 지금 보는 그 분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무릎은 젊을 적 고된 노동으로 닳아진지 오래라 통증으로 앉을 수도 설 수도 없는, 양손의 지팡이 없이는 세상 구경도 위로가 되는 담배도 맘대로 못하는, 방안 한 곳에서 치매로 생긴 망상을 오는 이들에게 계속 이야기하는 것으로 노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이다.
우울증과 치매초기를 겪는 아내가 내지르는 고함에 아무 말 못하고 벽을 보고 있는 모습도 있었고 “나는 바보가 됐어요. 밥도 혼자 찾아 먹지도 못하는 바보가 되었어요”하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는 꿈이야기를 계속 반복하셨다.
처음에는 난감하고 곤란했다. 나는 경력은 있지만 방문간호에서는 매일이 새로운 초짜, 이 분도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꾸준히 말 걸어주는 것이 처음, 아내에게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싫은 좁은 살림살이에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계속 와 있는 것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계속, 꾸준히 부딛히고 토닥이며 이것저것을 시도하며 밖으로, 세상사람들에게로 대상자를 이끌며 시간이 지나던 어느날. 사건이 생겼다.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 어르신이 소변을 못참고 버스에서 소변을 보는 실수를 하게 되었다. 이 일은 대상자의 심리적인 위축은 물론 신체적으로는 소변을 더욱 못참게 되어 자꾸 옷에 실수를 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밖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들어와 집에서는 아버지 목욕까지 책임지는(배우자는 목욕시켜주지 않는다고 한다.) 아들을 생각해 목욕이라도 시켜보자는, 대표님을 비롯한 관련된 간호사들의 배우자를 향한 오랜 설득으로 드디어 이날, 첫 목욕을 하게 되었고 뽀송뽀송한 머리로 앉아 계시는 어르신을 본 감격스러운 날이었다. 이날로부터 설득의 시간이 다소 걸리기는 했지만 주간보호센터에까지 다니게 되는, 진정 이 분에게는 새로운 날의 시작인 때였다.
지금은 자신을 바보라고 하지 않는다
김윤정 간호사 및 센터장 엔케어재가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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