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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충성

기사승인 2024.06.17  16: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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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보는의료 사진이야기』, 방문의료연구회

▲ 미래를 기대하며 그려보는 삶의 그래프

과거의 삶과 현재의 삶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미래의 삶까지 이어본다는 것은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나에게 있어 참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다. 약 15년 전 고엽제증후군으로 파킨슨병을 진단 받고, 본인의 의지와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지 하에 삶을 살아가셨던 분이 계신다. 운동에 대한 재활 의지가 굉장히 강하셨다고 한다. 어느 날, 운동량 감소와 극심한 우울증상이 나타나며 본인의 삶과 가족들의 삶에 급격하게 부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두가 굉장히 힘든 시기에 그 분과 연이 닿아 방문 하게 되었다.

그 분의 과거 삶은 베트남전과 부대장, 직업 군인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군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충성”이라는 인사로 첫 만남을 시작했고, 항상 “충성”이라는 인사로 대화를 시작하곤 했다. 그리고 무엇이 이 분에게 좋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늘 고민하며, 함께 상호작용을 나누었다. 한 달 정도가 지나서 그 분의 절도 있는 손짓과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충성”, “쉬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때부터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다. 당연스레 늘 도움을 받던 일상생활들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혼자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목표들을 계획했다. 아주아주 작은 하위단계부터 시작했고, 점점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가족들의 격려도 함께 유도했다.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어렵다”, “못 하겠다”와 같은 말들을 하곤 하신다.

우울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개인의 욕구와 선택을 존중하며 그것에 따라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늘 파이팅 넘치는 힘찬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지만, 그런 에너지를 받을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기다리며 그 분의 선택을 존중해보고자 한다. 그것이 삶의 주도권을 스스로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혼자 하실 수 있는 활동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의지가 생기고, 적극적으로 표현을 하시기 시작했다. 아마도, “충성”이라는 그 한 마디가 마법의 단어였으리라 생각한다. 나라를 위해 바친 충성을 이제는 본인의 빛나는 인생에 충성을 바칠 수 있도록 그 분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존중하고 지지하고자 한다. “충성”이라는 인사처럼, 오늘도 내일도 함께 앞으로 전진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한아람 다앤유 전문재활운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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